살인·성범죄를 저질러도 유지되는 의사면허, 특혜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최근 5년간 강력범죄 의료인에 대한 면허취소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강간·강제추행 등 성범죄를 저질러 검거된 의사가 848명이며, 같은 기간 살인으로 검거된 의사도 37명이지만, 모두 의사면허가 유지됐다.
현행 의료법에는 형법상 직무 관련 규정 및 의료 관련 법령 위반행위를 했을 때만 의료인의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정신질환자·마약중독자·금치산자 ▲자격정지 기간 중 의료행위 ▲3회 이상 자격정지 처분 ▲면허 대여 ▲허위진단서 작성 및 진료비 부당 청구 등의 경우 보건당국이 의료인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이렇게 된 것은 지난 2000년부터다. 이전까지는 의사가 성범죄 등 강력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사면허가 취소됐다. 당시 정부는 면허 정지 및 취소가 이중처벌이며, 의사들의 적극적인 진료를 막을 소지가 있다며 의료법을 개정했다. 이후 의료행위와 연관되지 않은 법령을 위반한 경우 의사면허에 영향을 줄 수 없게 됐다.
만일 의사면허가 취소된다 하더라도 재교부율이 97%에 달해 사실상 종신직과 다름없는 상황이다. 최근 10년간 의사면허 재교부신청현황을 살펴보면 올해까지 103건 중 100건이 승인됐다. 의료법에 따르면 면허가 취소된 자가 취소의 원인이 된 사유가 없어지거나, 개전의 정이 뚜렷하다고 인정되면 면허를 재교부받을 수 있다.
재교부율이 높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면허 재교부 소위원회를 운영해 심의를 이전보다 강화했다. 7명의 심의 위원을 두고 이중 과반인 4명의 찬성이 있으면 재교부가 승인되는 시스템을 갖췄다. 하지만 이 중 2명이 해당 직역의 위원이고 의료계에서 활동하는 의료윤리전문가 1명, 의료·법학 전문가 1명 등 의사가 4명으로 구성돼 신뢰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면허 재교부 소위원회가 운영되고 난 이후 28건의 신청 중 25건이 승인돼 90%의 재교부율을 기록했다. 리베이트 등 부당한 경제적 이익 취득 10건 중 9건이 재교부 승인됐고, 면허증 대여·무면허 의료행위 교사 등 중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도 모두 재승인됐다.
이렇듯 부적절한 의사들의 면허가 유지되는 것이 특혜라는 주장이 제기되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권칠승 의원은 면허가 취소된 후 재교부 받은 이가 다시금 면허취소 행위를 할 경우, 영구히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의료인 면허 2스트라이크 영구 아웃제’를 대표 발의했다. 같은 당 강병원 의원은 지난 2000년 이전처럼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사들의 의료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강 의원은 “살인·강간을 해도 의사면허를 유지한다는 것은 국민 정서와 너무 동떨어진 의사의 특권”이라며 “의료인은 생명을 다루는 만큼 일반인보다 높은 도덕성과 직업윤리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관련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의 정서와 감정에 부합되는 곳에 서겠다”는 입장을 밝혀 법 개정에 동의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노상우 쿠키뉴스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