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에 대한 감사가 ‘경제성 평가는 부당, 조기폐쇄 타당성은 판단 유보’라는 반쪽짜리 결과를 낸 데엔 감사위원회 구성이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여 성향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위원회에서 정권 방침과 배치되는 결과를 내놓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야당은 특히 이례적으로 6차례나 열린 감사위원회 회의를 통해 자료 삭제, 불합리한 경제성 평가 등에 관련된 인사들의 징계 수위가 계속 낮아진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감사원은 20일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이란 제목으로 감사보고서를 냈지만 정작 타당성은 점검하지 않았다. 감사를 요구한 국회가 조기폐쇄 결정의 근거가 된 경제성 평가를 감사요구 제안 이유로 명시했고, 법적으로 정부의 정책 자체가 감사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이유였다.
경제성 평가만 검토한 것치고는 감사 기간이 1년 넘게 걸렸고 감사위원회의 의결도 번번이 무산돼 이례적으로 6차례나 심의했다는 점에서 감사 결과에 대해 석연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놓고 최재형 감사원장이 “문 대통령께서 41% 정도의 지지율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국민의 대다수라고 말씀할 수 있겠느냐”고 말하면서 탈원전 정책에 회의적 반응을 보여 조기폐쇄 타당성을 놓고 최 원장과 감사위원 간 마찰을 빚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현재 6명으로 구성돼 있는 감사위원회의 면면을 보면 2017년 대선 문재인 캠프 출신, 대통령 직속 위원회 위원, 총리실 출신 등 현 정부와 관련된 이력을 가진 인사들이 눈에 띈다. 지난 4월부터 한 자리가 공석인데 청와대가 이 자리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앉히려 했다가 최 원장의 반대로 무산됐다.
감사 결과의 의결은 감사위원회의 다수결로 결정된다. 위원회에 친정부 인사가 많으면 정부 방침과 반대되는 결과를 의결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정부를 견제하는 감사원의 기능도 그만큼 약화될 수밖에 없다.
실제 이번 월성 1호기 감사 과정에서도 최 원장과 감사위원 간 의견차가 종종 드러났다는 얘기가 나왔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에 대해서도 징계 수위가 낮아지거나 징계 대상에서 아예 빠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데 이 또한 감사위원회 구성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감사원 관계자는 그러나 “최 원장과 감사위원 모두 합의하에 결정된 감사 결과”라며 갈등설을 일축했다. 감사가 지체된 데 대해선 “감사할 내용이 방대하고 전문적이어서 심의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게 감사원 측 설명이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