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구라라(고아라 분)와 선우준(이재욱 분)의 로맨틱 코미디 KBS 2TV 수목드라마 ‘도도솔솔라라솔’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기독교인으로서 눈길을 끄는 것은 김소형 클래식 예술감독이다. 김 감독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 음대를 최우수 졸업했으며 JTBC 월화드라마 ‘밀회’(2014)에서 좋은 선곡과 김희애의 대역으로 화제가 됐다. 그는 오스트리아 유학 생활 중 출석하던 교회 목회자의 권유로 2002년부터 5년간 문화 혜택을 받지 못한 국내의 시골교회를 찾아다니며 연주회를 했다. 그렇게 찾은 교회가 100여곳이었다. 하루에 세 교회 이상에서 사역한 날도 많았다고 했다.
지난달 서울 광진구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김 감독은 “처음엔 이런 시골에서 클래식을 연주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었지만 그게 아니더라”고 했다. “그랜드 피아노도 없고 피아노를 이동하기 어려워 성도가 아니라 벽을 보고 연주했어요. 농사 짓다 오신 분들이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으로 앉아있었어요. 그런데도 클래식 연주를 하고 삶을 나누니 마음이 통하더라고요. 서로 울고 서로 은혜를 끼쳤어요.”
김 감독은 서른 살 유학 중에 예수를 만났다. 본래 힘들면 굿을 하고 점을 치곤 했다. 크리스천이었던 고모가 엄마에게 복음을 전했지만 매몰차게 거절했던 기억도 있었다. 그만큼 교회와 상관없이 살았다. 그러던 어느날 오스트리아에서 새벽기도회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일로 고민과 걱정이 많았을 때였다. 아는 사람을 만날까 두려워 집에서 2시간 걸려 시골의 한 작은교회를 찾았다. 예배를 드리는데 “너 어디 있다가 지금 왔니”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고 큰 위로를 받았다.
오스트리아에서 결혼한 그는 2008년 귀국, 분당우리교회에 출석하며 제자훈련과 사역훈련을 받았다. 남편과 마음이 하나 되는 법도 배웠다. 이어 방송 예술감독을 하게 됐다. 소속 기획사 사장이 밀회 제작사 대표에게 그를 소개했다. 모든 일이 수월하게 진행됐고 음악 선곡이 좋다는 시청자들의 평가를 받았다. 이번 드라마 예술 감독은 지난 1월에 맡았다.
“극본을 4부까지 읽고 하나님의 뜻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지영 작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독실한 크리스천인 거예요. 또 지난 4월 확정된 여주인공이 ‘기도하는 연기자’ 고아라씨인 거에요. 셋이 첫 만남부터 하나님 이야기를 하며 함께 기도했어요.”
요즘은 일하면서 항상 하나님을 의지한다고 했다. 매일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으면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간다며 밀회 때도 그랬다고 했다. 세트장으로 이동할 때도 이전 같으면 음악을 듣곤 했지만 요즘은 무조건 말씀 듣고 기도하고, 그 시간이 너무 필요한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그의 소망은 클래식을 통해 하나님 일을 하는 것이다. 지역의 클래식 연주자들과 연합해 문화사역을 계획하고 있다. “음악 사역이라고 하면 성가대나 찬양대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클래식을 통해서도 하나님이 일하신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앞으로 클래식 장르를 통해 하나님께 쓰임 받고자 합니다. 하나님께서 어떻게 인도하실지 너무 기대됩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