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감사원장이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 감사 결과에서 나름의 ‘균형 감각’을 발휘하자 더불어민주당은 다소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민주당 입장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비유될 정도로 정부에 각을 세워온 최 원장 성향상 앞으로도 지뢰밭길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월성 1호기 감사 결과에 이어 귀추가 주목되는 건 공석인 감사위원 임명 문제다. 최 원장은 앞선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월성 1호기) 감사 결론이 나면 임명권자와 적극 상의해 (감사위원 임명) 문제가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 원장이 그동안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임명하려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뜻을 ‘코드 인사’라며 두 차례나 거부한 바 있어 이번에도 마이웨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많다. 민주당 관계자는 20일 “최 원장의 행보를 살펴보면 감사위원 임명 문제 역시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려 할 것”이라며 “임명권자의 뜻을 거부하면서까지 혼자만의 생각을 고집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최 원장의 행보를 소신만으로 보기에는 지나치다는 인식이 강하다. 민주당 의원들은 그동안 최 원장의 ‘득표율 41% 대통령’ 발언과 감사위원 제청 거부, 월성 1호기 감사 등을 두고 비판을 쏟아내 왔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8월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최 원장이) 간간이 직분에서 벗어난다”며 “‘왜 저렇게 직분을 마음대로 넘나들까’ 마뜩잖게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지난 7월 국회 법사위 업무보고에서는 “대선불복이나 다름없는 반헌법적 발상”(신동근 최고위원) “감사원장 적격이 아니다”(소병철 의원) “공정성이 상당히 의심받고 있다”(송기헌 의원) 등의 발언이 쏟아졌다.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해서도 공식 언급은 삼갔지만 내부적으로 적지 않은 불만이 제기된다. 민주당의 한 지도부 의원은 “월성 1호기는 인근 주민 몸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되고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 근본적으로 안전성 문제도 있다”며 “그런데 당면한 경제성도 아닌 향후 경제성 하나만을 문제 삼으며 최 원장이 소모적 논란을 일으켜 왔다”고 비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