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화물” 코로나 특수 누린 해운·항공 연말은 어떨까

입력 2020-10-24 04:02

2분기 나란히 ‘깜짝 실적’을 낸 하늘길과 뱃길의 운명이 연말 엇갈릴 전망이다. 국내 항공·해운업계의 ‘맏형’ 대한항공과 HMM이 상반기 화물 특수 덕을 톡톡히 봤지만 하반기에는 화물운임 등락에 희비가 교차할 가능성이 높다. 미·중의 경제활동 재개로 선박화물운임은 급등세가 이어지는 반면 항공화물운임은 공급 과잉으로 하락세가 전망된다.

지난 2분기 깜짝 실적을 낸 업계로 해운·항공업계를 꼽을 수 있다. 코로나19 타격으로 국가 간 인적·물적 교류가 움츠려든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효자 화물’ 효과를 보며 흑자를 냈다. HMM은 136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21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SM상선도 창사 이후 최대인 20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1485억원과 115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화물운임 급등 기회 잡은 해운·항공

두 업계가 흑자를 낸 공통적인 이유는 급등한 화물 운임에 있다. 글로벌 선사, 항공사들이 코로나19 장기화를 예상해 잇달아 선박·항공기 공급을 줄이자 운임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다.

컨테이너선 운임의 척도가 되는 중국 상하이컨테이너선운임지수(SCFI)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지난 4월 말 818포인트까지 떨어졌지만 두 달 만에 1000포인트를 회복하며 ‘V자’ 반등세를 보였다. 항공화물운임도 지난 1월 3달러대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두 배 이상 급등했다. 지난 5월 세계 항공운임 흐름을 나타내는 홍콩 항공화물운임(TAC) 지수(북미~홍콩 노선 기준)는 지난해 동기의 배 수준인 ㎏당 7.73달러까지 치솟았다.

두 업계 맏형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HMM은 글로벌 선사들이 공급을 줄이는 상황에서 과감하게 세계 최대 규모인 2만4000TEU급(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12척을 모두 투입했다. 타이밍도 좋았다. 2018년 정부의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통해 발주했던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올해부터 현장에 투입될 계획이었다.

처음엔 빈 배로 출항하는 것 아니냐는 업계 우려도 나왔으나 HMM은 규모의 경제 효과를 거두며 ‘12척 만선 출항’의 쾌거를 달성했다. 초대형 선박은 한 번에 대량의 화물을 실어 나르지만 연료비나 항만 입출항료 등 제반 비용은 일반 컨테이너선과 비슷해 경제성이 뛰어나다. 운임을 아끼려는 화물주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다. 올해 새로 가입한 세계3대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와의 선복 공유로 HMM은 물량 20%도 미리 확보할 수 있었다.

대한항공은 국내 업계 최초로 여객기에 화물을 싣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국토교통부와의 논의 끝에 여객기에서 좌석을 떼 화물기로 개조, 약 10여t의 화물을 추가 탑재했다. 곧이어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도 기내 좌석을 활용한 화물 운송에 나섰다.


하반기 전망은 희비교차

두 업계 간 연말 실적 전망은 엇갈린다. 해운업계는 여전히 긍정적인 반면 항공업계는 마냥 밝지만은 않다. 해운업계는 연말 전통적인 성수기를 앞두고 수요 급등 혜택을 기대한다. 3·4분기는 11월 블랙프라이데이, 12월 크리스마스 등으로 선수요가 증가한다. 코로나19로 얼어붙었던 미국과 중국의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서 중국발 미국향 물량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 선박 공급은 여전히 수요를 모두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 이후 글로벌 선사 간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경쟁자가 대거 줄어든 게 선복 공급량 조절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운임지수도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하이컨테이너선운임지수는 지난 16일 1448.87을 기록하며 2012년 7월 이후 8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는 HMM의 3분기 영업이익이 35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본다.

반면 대한항공 실적엔 부정적인 요소가 상존한다. 여객 수요 회복은 요원한데 글로벌 항공사가 잇달아 화물 영업에 뛰어들면서 화물운임이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북미 노선의 화물운임은 지난 8월 말 ㎏당 5.5달러로 지난 5월보다 30% 가까이 하락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최소 7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런 감소세는 일시적일 뿐 실적이 곧 회복될 거라는 분석도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3분기 화물운임의 조정은 의료용품, 방역물자 등 급행물자가 일반 화물로 대체되면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7~8월 조정세는 9월 들어 회복세에 진입했고 4분기 성수기를 맞아 화물운임은 재차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변수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시점이다. 업계는 백신 운송으로 최소 1600편의 추가 항공 화물 수요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전 세계적으로 약 100억회분의 백신량이 필요하며 수송을 위해 B747 화물기 8000여대를 동원해야 한다고 예측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백신 개발 이후의 수송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내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면 화물 운임 강세 효과가 더 오래 유지되고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