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기반도 없는 곳에서 힘든 생활이 예상됐지만 기쁜 마음으로 가기로 결정했고 돌아올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습니다.”
여혜화(72) 베네딕다 수녀는 1993년 해외 파견을 자원해 아프리카 빈국 우간다로 떠났다. 수도 캄팔라에서 차로 2시간 거리의 작은 도시 진자에 자리잡은 후 병원과 유치원, 초등학교를 차례로 세우고 현지 주민들을 위해 27년간 헌신해 왔다. 여 수녀는 이런 공을 인정받아 올해 ‘아산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아산상 대상과 의료, 사회 봉사상 등 6개 부문별 수상자 12명(단체 포함)을 19일 발표했다.
대구 베네딕도 수녀회 소속인 여 수녀는 고교 졸업과 동시에 필리핀 간호대에 유학해 간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1984년 소록도병원에서 한센인 간호를 시작으로 평생 봉사의 길에 들어섰다.
위생과 의료 환경이 열악한 우간다 진자 지역에 1995년 성 베네딕도 헬스센터를 건립해 산부인과와 치과, 에이즈센터를 문 열었다. 우간다에선 간호사가 진료와 처방을 할 수 있다. 지금은 현지 의사들을 채용해 매일 환자 200여명을 치료한다. 병원 외에 유치원, 초등학교를 건립해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아산상 의료봉사상은 파키스탄 사막 지역에 종합병원을 세우고 가난한 이들을 치료하며 19년간 인술을 베풀어온 민형래(54) 원장이 받게 됐다. 2001년 파키스탄에서 의료봉사를 시작한 그는 현지 아이들에게 교육 기회를 주기 위해 학교와 기숙사를 겸한 호스텔을 세웠다. 2013년에는 신생아실과 수술실, 검사실, 50여 병실을 갖춘 차초로병원(Love&Trust Hospital)을 개원했다. 지금까지 10만여명의 지역민이 이곳에서 의료 혜택을 받았다.
사회봉사상 수상자는 장애인, 노인, 노숙인 등을 위한 복지지설을 세우고 84년간 소외계층의 보금자리가 돼 준 사회복지법인 성모자애원이 선정됐다.
여 수녀에게는 3억원, 민 원장과 성모자애원에는 각 1억원의 상금과 상패가 주어진다. 시상식은 다음 달 25일 아산사회복지재단에서 열린다. 아산상은 1989년 고(故) 정주영 아산재단 설립자의 뜻에 따라 제정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