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택배 노동자 잇따른 과로사, 이대로는 안 된다

입력 2020-10-20 04:02
택배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2016년부터 20명이 산업재해로 희생됐는데 이 중 절반인 10명이 올해 사망했다. 이 가운데 3명은 이달에 숨졌다. 48세 중년, 27세 청년에 이어 이번엔 평소 지병이 없었던 36세 노동자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19일 “의문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과로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숨지기 4일 전 새벽 4시28분 동료에게 “집에 가면 5시인데 밥 먹고 씻고 바로 터미널 가면 한숨도 못 자고 또 물건 정리를 해야 한다. 너무 힘들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는 예견된 일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택배 물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 2~7월 택배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넘게 늘었다. 추석 성수기를 지나며 물량은 더 늘었다. 하루에 처리할 물건이 그만큼 많아진 것이다. 과중한 업무의 핵심은 택배 분류작업이다. 이들은 하루 평균 13~16시간 일하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을 택배 물량 분류 작업에 쓰고 있다. 배송보다 분류에 더 시간을 할애하지만 이에 대한 보상은 받지 못한다. 배달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추석 연휴를 앞두고 분류 작업에 필요한 인력을 추가 투입해 택배 노동자의 업무 부담을 다소 줄였으나 잇따른 죽음을 막지 못했다. 게다가 사망자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대리점이 대필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21일부터 3주간 긴급 현장 점검을 하기로 했다. 택배 노동자 사망사고가 일어난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 등의 택배가 모이는 주요 서브터미널과 대리점이 대상이다. 대리점과 계약한 택배기사 6000여명에 대한 면담조사도 병행한다. 이번 조사가 현장 노동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확한 실태를 파악해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택배 노동자에게 노동법 기준을 초과하는 과중한 업무가 주어지진 않는지, 산재보험 적용 또는 제외 과정에 문제는 없는지 꼼꼼히 들여다볼 일이다. 다시는 이들이 장기간 노동으로 소중한 목숨을 잃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