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는 본연의 자치사무 외에 중앙정부가 위임한 사무도 처리한다. 살림살이 또한 지방세와 중앙정부에서 지원하는 국세로 충당한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일수록 중앙정부 의존도가 높기 마련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 지원이 있으면 반드시 간섭이 따른다.
지자체에 지원된 국세가 제대로 쓰였는지, 또 국가 위임 사무가 적절하게 처리됐는지 감사하는 건 국회의 고유 권한이다. 지자체는 국감에 응할 법적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자체에 대한 국감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계속될 경우 내년부터 국감 사양을 심각하게 고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가 위임 사무와 국가 예산이 지원되는 사업에 대한 감사를 거부하겠다는 게 아니라 자치사무 감사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자치사무 감사는 지방의회 권한으로 국회가 자치사무까지 들여다보는 건 지방자치 취지를 뒤흔드는 월권행위다.
경기도는 19일 행정안전위 국감에 이어 20일 국토교통위 국감을 받는다. 두 상임위에서 경기도에 요구한 국감 자료 1900여건 중 국가 위임 사무는 25%에 불과하고 75%가 국회 권한 밖인 자치사무에 관한 건이라고 한다. 이 지사가 불만을 표시할 만하다. 이미 없어져야 할 이 같은 잘못된 구습이 여태 존속하는 건 지자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국회의 조직 이기주의 탓이다.
지자체는 혹시 있을지도 모를 불이익을 우려해 부당한줄 알면서 국회의 자료 요구에 응해 왔다. 코로나19 방역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국감을 앞두고 답변 자료 준비하느라 정작 코로나19 방역이 뒷전으로 밀리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엄연히 규정이 있는데 규정대로 하지 않으니 잡음과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공무원노조도 문제 제기를 한 마당이다. 좋은 게 좋은 식으로 해선 국회의 타성을 바꾸지 못한다.
[사설] 국회가 지방의회 할 일까지 한대서야
입력 2020-10-20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