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미, 북·미, 남북 관계와 관련된 외교안보 사안을 두고 한·미 양국 간 미묘한 시각 차가 끊임없이 노출되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이후 지속돼온 군사동맹을 근간으로 포괄적 전략동맹,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관계로 격상돼 왔던 한·미 관계는 올 들어 대북 문제, 한·중 문제 등을 놓고 조금씩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물론 동맹 수립 70년을 바라보는 양국이 언제나 한목소리를 내지는 않았고 약간의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면서도 역내 평화와 안정의 중요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에서 큰 문제는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잇따라 민감한 이슈에서 서로 다른 입장 차이가 노정되면서 조기에 이를 적절히 조율하지 않으면 미 대선 전후, 문재인정부 말기엔 더욱 큰 문제로 부각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이라는 큰 변수가 한·미 관계 사이에 등장했다.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어느 정도 줄타기를 해야 하는 우리 외교 현실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미국 조야에선 한국이 중국에 경도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엄연히 있다.
중국 견제와 관련해 최근 열린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에서 미국은 우리 정부에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요구했다. 정부는 “민간 차원의 사안”이라고 사실상 거부했지만 미 국무부는 다시 “한국의 ‘클린네트워크’ 참여는 중요하다”며 거래 중단을 거듭 촉구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에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일본에서 열린 쿼드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했을 정도로 중국 견제에 집중하고 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18일 “미국 입장에선 (쿼드 참가국인) 일본을 대하는 것과 (미참가국인) 한국을 대하는 게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견제에 우리 정부의 동참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하면서 마찰이 빚어진다는 지적이다.
임기 내 남북 관계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문재인정부의 대북 정책은 미 행정부와의 온도차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문제는 미 대선 국면과 맞물려 최근 더욱 심화됐다. 정부는 종전선언 등으로 현재 교착 국면인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트려고 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시큰둥하다. 최근 정부 고위 인사들의 잇따른 미국행에도 미 정부는 별다른 대응이 없는 상태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미국 새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는 바뀔 수밖에 없고 협상팀 꾸리기에도 시일이 소요된다. 이 경우 문재인정부 임기 내 새로운 시도를 해볼 여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정부의 입장이 견해차로 이어진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정부 전력이 대북 정책에 너무 집중돼 있다”며 “이것이 한·미 관계에 일부 혼선을 빚게 하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정부 고위 인사들의 공개발언은 이런 한·미 관계에 긴장감을 더하는 측면이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한·미 워킹그룹을 놓고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 뼈있는 대화를 주고받았고, 이수혁 주미대사는 ‘동맹 선택’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우 센터장은 “이런 발언이 공개적으로 나오면 우리 정부 관료에 대한 미국의 전반적인 인식 자체가 좋지 않게 된다”고 우려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