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해, 추신수도 못 가본 길 지만이 간다

입력 2020-10-19 04:02
탬파베이 레이스 선수들이 1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휴스턴 에스트로스와 가진 2020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우승 후 트로피를 들고 자축하고 있다. 최지만은 한국 타자로는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타석에 서게 됐다. AFP연합뉴스

최지만(29·탬파베이 레이스)이 한국 타자로는 처음으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7전4선승제) 타석에 선다. 벼랑 끝 승부에서 ‘싹쓸이 역전극’에 도전한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상대로 3타수 2안타 1볼넷을 기록하며 12년 만에 탬파베이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탬파베이는 1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열린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7전4선승제) 7차전에서 휴스턴을 4대 2로 격파하면서 ALCS 정상에 올랐다. 2008년 이후 두 번째로 월드시리즈에 오른 탬파베이는 1998년 창단 후 첫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

탬파베이는 휴스턴과의 1~3차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해 손쉽게 월드시리즈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4~6차전에서 3연패를 당하며 월드시리즈 진출 전망이 어두워졌다. 마지막 경기에서 탬파베이는 선발 투수 찰리 모튼의 호투(5.2이닝 무실점, 6탈삼진)와 랜디 아로사레나의 홈런포가 빛을 발하며 휴스턴을 따돌렸다. 특히 아로사레나는 1회말 2점 홈런으로, 포스트시즌 7호 홈런을 기록했다. 포스트시즌 신인 최다 홈런이자 배리 본즈 등이 보유한 역대 포스트 시즌 최다 홈런 기록(8호)에도 바짝 다가섰다.

한국인 타자 최지만은 이날 팀의 마지막 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5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한 최지만은 6회말 탬파베이가 3대 0으로 이기는 상황에서 선두타자로 나서 호세 우르퀴디 상대로 안타를 때렸다. 이후 아다메스의 볼넷, 조이 웬델의 뜬공에 이어 마이크 주니노의 희생플라이로 홈을 밟았다.

이로써 최지만은 미국 진출 10년 만에 ‘꿈의 무대’를 밟게 됐다. 2010년 인천 동산고를 졸업한 최지만은 2009년 7월 시애틀 매너리스와 계약하며 미국에 진출했다. 하지만 바로 빛을 보진 못했다. 그는 2011년 허리 부상으로 한 시즌을 쉬었다. 2014년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돼 50경기 출전 정지 징계도 받은 데 이어 2015년엔 시범경기중 종아리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이듬해 LA 에인절스 소속으로 미국 진출 6년 만에 메이저리그 무대에 데뷔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그런 그에게 탬파베이는 새로운 자양분이 됐다. 2018년 6월 탬파베이로 이적한 최지만은 지난해 타율 0.261 19홈런 63타점을 올리며 개인 신기록을 달성했다. 올 시즌엔 정규리그 4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30에 16타점 3홈런을 기록했다. 최지만은 “탬파베이는 나에게 기회를 준 팀이다. 모두가 안 된다고 할 때 ‘너는 된다’고 했다.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도와준 팀”이라며 각별함을 드러냈다.

최지만은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네 번째 한국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앞선 세 명은 모두 투수다. 김병현이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소속으로 월드시리즈에 첫 진출한 데 이어 2004년엔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월드시리즈에 올랐다. ‘맏형’ 박찬호는 2009년 필라델피아 필리스 소속으로 진출했다. 류현진은 2018년 LA 다저스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 월드시리즈 선발 투수로 기용됐다. 이중 김병현만이 2001년과 2004년 우승 반지를 받았다.

탬파베이는 19일 열리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7차전 승자와 오는 21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월드시리즈 1차전을 치른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