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17일 야스쿠니신사의 제사에 공물을 바쳤다. 야스쿠니신사는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들의 위패가 보관된 곳이어서 일본 총리의 직접 참배나 공물 봉납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할 수 없는 행위다. 스가 총리는 직전 아베 신조 내각에서 7년8개월간 관방장관으로 재임했을 때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거나 공물을 바치지 않았으나 총리가 되자 공물 봉납에 나섰다. 자국 내 우익 세력의 지지를 얻으려는 행보로, 한 차례 직접 참배한 뒤 계속 공물을 바쳤던 아베 전 총리의 노선을 답습한 것이다. 주변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별로 없음을 드러낸 셈이다. 한·일 관계의 파탄을 초래한 전임자와 달라진 것이 없어 실망스럽다.
한·일 갈등 문제에 관한 스가 총리의 인식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전화 통화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 “최적의 해법을 함께 찾아 나가기를 바란다”고 했고, 스가 총리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는 양국 관계를 방치하면 안 된다”면서도 한국 측이 적절하게 대응할 것을 요구했다. ‘같이 해법을 모색하자’가 아니라 ‘한국이 해법을 가져오라’는 입장인 것이다. 이 때문에 올해 말 한·중·일 정상회의의 서울 개최도 어려워졌다. 일본 정부는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따라 한국 법원이 압류한 일본 기업 자산이 현금화되지 않는다는 보증을 정상회의 참석 조건으로 제시했다. 한국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며, 3국이 돌아가며 정례적으로 개최해온 다자회의 참석에 조건을 건 것 자체도 부적절하다. 두 나라 사이에 난제가 있다면 정상끼리 만나 머리를 맞대야 해결책이 나올 것 아닌가. ‘우리는 잘못이 없으니 너희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자세는 갈등 해소를 위해 대화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뜻이다. 편협하고 폐쇄적인 태도다.
스가 총리는 지난달 취임 기자회견에서 “가까운 이웃 여러 나라와 안정적인 관계를 쌓고 싶다”고 했었다. 정말로 안정적인 관계를 만들고 싶다면 지금의 잘못된 인식을 전향적으로 바꾸고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사설] 야스쿠니에 공물 바친 스가 총리, ‘아베 판박이’인가
입력 2020-10-19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