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자이온(ZION)은 겉으로 보기엔 일반적인 햄버거 가게 겸 카페였다.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매장엔 네온사인 간판이 걸려 있다. 2층엔 고전적 느낌의 스테인드글라스와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스테인리스 창틀이 대비를 이뤘다. LP 플레이어, 화려한 조명 등 사진찍기 좋은 요소들이 배치된 자이온은 요즘 말로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한 공간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곳곳에 복음의 메시지가 숨어있었다. 1층 벽면에 적힌 영문 글귀는 마태복음 5장 14절 말씀인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기우지 못할 것이요’(A city on a hill cannot be hidden)였다. 2층에 크게 적힌 영문 글귀 ‘내가 원하는 나의 쉴 곳’(My resting place what I desired)은 문화사역단체 제이어스(대표 김준영)가 자이온을 세운 이유이자 '약속의 말씀'이라고 말하는 시편 132장 13~15절의 일부다.
‘여호와께서 시온(Zion)을 택하시고 자기 거처를 삼고자 하여 이르기를 이는 내가 영원히 쉴 곳이라 내가 여기 거주할 것은 이를 원하였음이로다. 내가 이 성의 식료품에 풍족히 복을 주고 떡으로 그 빈민을 만족하게 하리로다.’
제이어스는 지난 10일 젊은 세대가 즐겨 찾는, ‘힙’하고 트렌디한 공간으로 꾸민 자이온의 문을 열었다. 직접 기독교 색깔을 드러내진 않지만, 곳곳에 기독교 문화를 심어 자연스럽게 이를 접하고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햄버거와 커피를 선택한 건 청년에게 친숙한 메뉴여서다. 김준영(35) 대표는 “청년들은 맛있는 식음료와 멋진 공간을 중심으로 일하고 만나며 생활한다”며 “세상 어느 문화보다 뛰어난 기독교 문화와 맛있는 식음료를 통해 복음이 탁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제이어스가 자이온을 만든 건 ‘삶의 예배자’가 되겠다는 결심에서다. 김 대표는 “찬양사역과 제자훈련을 하며 일상 속 예배자가 되라고 가르쳐왔는데, 정작 우리는 기독교의 경계 안에서만 살지 않는지 돌아봤다”며 “자이온은 우리부터 삶의 예배자로 살아가고 우리 삶 자체가 선교가 되길 바라는 비전을 담은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2014년 준비를 시작해 2015년 IBA 창업경진대회 대상, 2016년 프로토타입 매장 운영 등을 거치며 탄탄하게 기반을 쌓았다. 일부는 수제버거 매장과 스페셜티 브랜드에서 4년간 일하며 실력을 다졌다. 지금은 제이어스 간사와 제자훈련을 받은 청년 등 기독 청년 10명이 일한다.
자이온의 목표는 도심 속 총체적 선교거점이 되는 것이다. 수익은 선교적 삶을 살고자 하는 청년들을 돕고 소외된 이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일에 활용한다. 동남아시아 등 열악한 선교지에 자이온을 세워 선교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김 대표는 “다윗이 이방인이 다스리던 시온을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공간으로 바꾼 것처럼 자이온을 통해 세상의 문화가 지배하는 청년 세대에 하나님 나라가 임하게 하려 한다”며 “입구에 적힌 ‘있는 그대로 오라’(Come as you are)는 말처럼, 세상 속 교회로서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우리의 환대를 경험하고 영혼의 울림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