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은 한국간재단과 대한간학회가 정한 ‘간의 날’이다. 최근 C형간염 바이러스 발견과 치료에 기여한 의학자들에게 노벨 생리의학상이 돌아가면서 C형간염과 관련 질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선 마침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도입을 위한 조기발견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검진 대상인 만 56세(1964년생)의 참여율이 예상보다 저조해 학회가 해당 연령대의 적극 참여를 독려하고 나섰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2030년까지 전세계 C형간염 완전퇴치’ 목표를 국내에서도 달성하려면 고위험군 대상 선별검사 보다는 40세 이상을 광범위하게 검사해 치료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더 효과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19일 대한간학회와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체계를 활용해 지난달 1일부터 진행중인 C형간염 조기발견 시범사업은 오는 31일까지 이어진다. 채혈을 통해 1차 항체검사 결과 양성자에 한해 확진을 위한 2차 유전자(RNA)검사가 이뤄진다. 약 4만원의 비용은 정부에서 지원하고 본인 부담금은 없다.
만 56세 인구는 80여만명이다. 이들 중 올해 책정된 예산(8억원)으로 C형간염 검사가 가능한 인원은 최대 6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C형간염 발생률이 전체 인구의 약 1%임을 감안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다.
게다가 검진 마감 시한을 10여일 앞둔 현재 검사받은 인원은 1만여명(등록 인원 기준)을 조금 상회하는 정도로 파악됐다. 검진 기간이 비교적 짧은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긴 추석 연휴가 참여율 저조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 검진 대상 연령이 사회활동이 활발한 때라서 시간을 내는 데 제약이 따르는 것도 한몫한다. 대한간학회 이사장인 이한주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아직 건강검진을 받지않은 만 56세 국민의 더 많은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C형간염은 혈액 또는 체액을 매개로 감염된다. 피어싱이나 문신, 마약 투여 과정에서 시술 기기나 주사기 사용을 통해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가벼워 대부분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진단 환자의 90%는 40대 이상이다.
무증상 환자가 많아 조기 발견이 어렵고 방치할 경우 간경변증(간이 딱딱하게 굳음)이나 간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C형간염에 걸리면 약 50~80%가 만성 간염으로 진행되며 이 가운데 약 25%는 간경변증으로 이어진다. 간경변증으로 가면 연간 2~5%에서 간암이 생긴다. 국내에서는 전체 간경변증의 15%, 간암의 20%가 C형간염 때문인 것으로 보고돼 있다.
다행히 4~5년 전부터 효과적인 경구용(먹는) 치료제가 많이 개발돼 환자 상태에 따라 8~12주 동안 항바이러스 약제를 복용하면 대부분 완치 가능하다. 아직 예방백신이 없기 때문에 조기 발견해 약물로 적극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