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신웅 (11) ‘눈에 병뚜껑 낀’ 사회자 행동… 주님의 일 위해 인내

입력 2020-10-20 03:01
김신웅 장로(오른쪽)와 최성애 권사가 2000년 서울의 한 교회에 함께 초대받아 기도하고 있다. 올해 97세가 된 최 권사는 지금까지도 교정 사역에 기도와 물질 후원을 이어오고 있다.

27년 전 출소자 형제와 함께 기독교 방송국 간증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남녀 진행자와 대화를 나눴는데 어쩐지 남자 사회자의 눈이 이상했다. 그는 자신의 양쪽 눈에 병뚜껑을 끼웠다 빼기를 반복했다.

그 모습을 보고 출소자 형제는 불쾌감을 드러내며 “장로님, 갑시다. 시골 교회에서 온 이름 없는 분이라고 저렇게 무례한 행동을 하다니 갑시다. 장로님”이라며 내 손을 잡아끌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인터뷰는 마치고 가자”라며 그를 다독였다.

어색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 여성 진행자가 그에게 ‘눈에 병뚜껑은 왜 꼈느냐’고 물었다. 그는 ‘전날 잠을 못 자서 졸음이 밀려와 눈꺼풀이 감기지 않게 하려고 어쩔 수 없이 병뚜껑을 꼈다’고 했다.

출소자 형제는 한사코 일어서자고 했지만, 나는 인터뷰를 다 마치고 나서야 일어섰다. 방송국을 나오는데 그때야 비로소 화가 치밀어올랐다. 방명록에 이름을 작성해야 해야 했지만, 그것도 하지 않은 채 청송으로 돌아왔다.

‘내가 그 굴욕을 참으면서까지 인터뷰를 해야 했나.’ ‘같이 간 출소자 형제의 말대로 중간에 나와버렸어야 하는 거 아닌가.’ ‘출소자 형제가 나를 뭐라고 생각했을까.’ ‘나는 자존심도 배알도 없는 바보인가.’ ‘아무리 그래도 나도 남잔데 그런 굴욕을 참고 인터뷰를 하다니’ 후회스러운 마음이 몰려왔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대낮에 웬 7명의 할머니가 나를 찾아왔다. ‘어떻게 찾아오셨느냐’고 물었더니 대구제일교회 권사들인데 기독교 방송에서 내 간증을 듣고 찾아왔다고 했다.

이 교회 여성선교회는 그동안 헌금을 모아 미국 하와이에 있는 작은 교회에 30만원씩 보냈다. 이제는 자립해서 더는 안 보내도 돼서 필요한 다른 곳에 물질을 흘려보내기 위해 기도하던 중 내 간증을 듣게 됐다.

그날 교정사역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으시던 권사님들은 지금까지 27년간 교정 사역에 기도로 물질로 후원해오셨다. 교정 사역을 위해 기도해오던 승용차도 그분들이 마련해주셨다. 지금까지 그분들이 보내주신 액수를 합산해보니 1억원에 가까운 거금이었다.

당시 69~71세였던 권사님들은 대부분 소천하셨지만, 95세의 허경희 권사님과 97세인 최성애 권사님은 지금까지도 나와 교정선교회를 위해 기도하며 사랑의 손길을 보내주신다. 그분들의 뒤를 이어 대구제일교회 제1여전도회에서도 계속 지원해주고 있다.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사역이 교정선교회의 일이다. 이분들을 통해 하나님의 개입하심을 느끼며 살아왔다. 그날 남자 사회자의 무례한 행동에 내가 화를 내 인터뷰하지 않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면 하나님이 준비해놓으신 여호와 이레의 기적은 맛보지 못했을 것이다. 소중한 교훈도 깨달았다. 분노와 혈기와 성냄은 하나님의 일을 그르치는 지름길이요, 겸손과 관용과 인내는 하나님의 일을 성취하는 첩경이라는 교훈 말이다.

정리=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