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생명 보호 한다는 정부 낙태 허용은 모순”

입력 2020-10-19 03:07
이상원 총신대 교수가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서울공항철도역사 회의실에서 열린 특강에서 프란시스 쉐퍼를 통해 본 한국사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국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앞장선 정부가 살아있는 태아를 죽이는 걸 법적으로 용인하려는 건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상원 총신대 교수는 지난 1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국민 생명 보호를 위해 철저히 노력하는 정부가 한편에서는 태아를 죽이는 걸 법으로 허용하려 한다”며 “생명에 대한 인식에 일관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대한민국 사회의 정신분열적인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 예”라며 “14주든 24주든 태아 역시 살아있는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임신 14주 내의 낙태는 처벌하지 않는 내용을 담은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성범죄 피해나 건강,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을 경우 24주까지도 낙태가 가능하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 마련됐다.

이 교수의 이러한 주장은 지난 10일 성산생명윤리연구소(이명진 소장) 주최로 열린 ‘프란시스 쉐퍼’ 특강에서도 나왔다. 그는 “생명에 대한 이러한 모순은 일찍이 현대 복음주의 신학자이자 철학자인 프란시스 쉐퍼도 비판했던 내용”이라며 “쉐퍼는 히포크라테스 서약을 통해 인간생명의 신성함을 강조해 온 서구 의료계가 한쪽에선 낙태를 일삼는 모습에 정신분열적 태도 아니냐고 지적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인간의 생명이 소홀히 취급되기 시작한 계기를, 인간을 만물의 척도로 삼는 인본주의를 받아들이면서로 봤다. 이러한 일이 가장 먼저 감지되는 것이 법의 영역이라고 전했다. 그는 “기독교적 합의가 사라지고 남는 것은 자의적이고 사회적인 법뿐”이라며 “낙태는 기독교적 인간관이 유물론적 인간관으로 전환되면서 생명윤리 영역에서 나타나는 폐해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하나님을 떠나면 인간은 비인격적인 우주 안에서 우연하게 생겨난 결과물로 취급된다”며 “유물론적 인간관은 자신뿐 아니라 동료의 가치를 극적으로 떨어뜨리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