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봉현(46·구속 기소·사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옥중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다. 자신이 선임한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를 통해 현직 검사들에게 로비를 벌였고,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로비단서를 제공해 달라’는 라임 수사팀의 회유도 받았다는 것이다. 앞서 강 전 수석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본인의 폭로마저 수사팀의 ‘각본’에 따른 것이라고 말을 바꾼 셈이다.
김 전 회장은 16일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A4 용지 5장 분량의 자필 입장문에서 “지난해 7월 검찰 출신 A변호사와 현직 검사 3명에게 룸살롱에서 1000만원 상당의 술 접대를 했다”고 주장했다. 현직 검사 3명은 라임 수사팀에 합류할 검사들이라고 소개를 받았고, 실제 이 중 1명이 서울남부지검에서 꾸려진 수사팀에 참여했다는 게 김 전 회장의 주장이다.
김 전 회장은 A변호사로부터 ‘서울남부지검 라임 사건 책임자와 얘기가 끝났다. 여당 정치인들과 청와대 강기정 전 수석만 잡아주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보고 후 보석으로 재판받게 해주겠다’는 얘길 들었다고 입장문에 적었다. 이에 협조하면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꾸려진 라임 수사팀이 수사 과정에서 편의를 봐줄 것이라는 취지로 A변호사가 지속적으로 얘기했다는 주장이다. 협조하지 않을 경우 더 높은 형량을 받게 만들겠다는 협박도 받았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의 이런 주장은 강 전 수석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본인의 폭로내용을 뒤집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앞서 이강세 전 광주 MBC 사장을 통해 강 전 수석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고 법정에서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입장문에서 “언론의 ‘카더라’식 토끼몰이와 검찰의 ‘짜맞추기’식 수사를 직접 경험하면서 모든 사실을 알리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야당 정치인을 상대로도 로비를 벌였다고 검찰에 밝혔지만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그러나 입장문에 언급된 A변호사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김 전 회장의 폭로를 일축했다. 수원여객 횡령 사건과 관련해 김 전 회장을 변호한 건 맞지만 현직 검사를 소개해주거나 검찰에서 정관계 로비 진술을 하도록 회유한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A변호사는 “김 전 회장의 수원여객 사건만 맡았을 뿐 당시에는 김 전 회장이 라임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며 “대응할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의 입장이 급변하면서 검찰의 라임 정관계 로비 수사도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남부지검은 이날 김 전 회장의 입장문에 대해 “검사 출신 야당 정치인의 우리은행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직 검사 대상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현직 검사 및 수사관 등에 대한 비리 의혹은 지금까지 확인된 바 없는 사실로 신속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현수 구승은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