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부정 혐의를 받는 정정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검찰 조사를 끝까지 거부한 채 4·15 총선 공소시효 만료일인 15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8차례나 출석 요구를 하고 체포동의안까지 국회로 보냈지만 정 의원은 “국정감사를 해야 한다”며 버티기로 일관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정 의원에게 조사받으라고 수차례 권유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정 의원은 지도부의 자진 출석 권고를 “신중히 받아들였다”면서도 기소 시점까지 검찰 조사를 회피했다. 21대 국회에서도 방탄국회가 재현된 것이다.
정 의원은 검찰 기소 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조사를 피한 게 아니다”고 항변했다. 이어 “9월 26일에 출석하겠다고 하니 검찰에서 ‘수사 관계상 안 된다’고 해 사실상 출석을 못 한 것”이라고 했다. ‘오늘(15일)이라도 조사받을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국감 해야죠. 국감을 열심히 해야 하니까”라고 답했다.
청주지검은 이날 정 의원 조사 없이 그를 회계부정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했다. 정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을 쓰고 자원봉사자 명단을 선거에 활용하는 것에 관여한 혐의(정치자금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선거법 혐의부터 우선 기소했다”며 “남은 정치자금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도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선거법 위반 공소시효가 15일로 만료되면 정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는 사실상 무의미해져 폐기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그러나 검찰이 정 의원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분리 기소하면서 여야가 28일 본회의에 체포동의안을 상정해 표결할 여지는 남아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검찰의 분리 기소 방침으로 체포동의안 효력이 살아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야당은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정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계획을 즉각 밝혀야 한다”고 했다.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은 국회 제출 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 보고된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해야 한다. 다만 본회의 전 정 의원이 검찰에 자진 출두하면 체포동의안의 표결 필요성은 사라진다.
정 의원을 비롯해 21대 총선 선거사범으로 법정에 서는 현역 의원이 20명을 넘어섰다. 정당별로 민주당 7명, 국민의힘 10명, 정의당과 열린민주당 각 1명, 무소속 5명이다. 민주당에선 정 의원을 비롯해 윤준병 이규민 이소영 이원택 송재호 진성준 의원이 불구속 기소됐다. 윤 의원의 경우 오는 30일 첫 선고를 앞두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도 김선교 홍석준 김병욱 구자근 최춘식 배준영 조해진 이채익 박성민 조수진 의원이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해진 의원은 28일 첫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 103명 중 10명이 기소되면서 개헌저지선 100석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정의당에선 이은주 의원이, 열린민주당에선 최강욱 의원이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최 의원이 선거 기간 조국 전 장관 아들의 인턴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해줬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발언한 것을 허위사실 공표죄로 판단했다.
무소속은 이상직 김홍걸 양정숙 이용호 윤상현 의원이 각각 재판에 넘겨졌다. 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당선은 무효가 된다.
양민철 허경구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