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치료 끝냈지만 ‘호스피스’는 어디에… “운영비 빠듯해서” 대형병원들 애써 외면

입력 2020-10-20 17:52 수정 2020-10-20 18:07

호스피스 완화의료(호스피스)를 희망하는 말기 암환자들이 산속이나 돌봄기관을 전전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치료가 대형병원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임종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입원형 서비스 극히 드물어

호스피스는 서비스 유형에 따라 입원형, 가정형, 자문형으로 나뉘는데, 전문기관에 입원은 여명을 예측할 수 있는 말기 암환자만 가능하다. 특히 입원형은 독립된 병동에서 완화 치료를 받을 수 있어 환자 선호도가 높다. 올해 6월 기준 전국 87개 전문기관이 운영되고 있으나 상급종합병원에서 입원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많지 않다. 서울 기준 서울성모병원과 고대구로병원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대부분 자문형, 가정형 등 다른 유형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는 경제적 이유가 크게 작용한다. 고대구로병원 관계자는 “건강보험 수가가 적용되긴 하지만 의료행위 이외의 서비스를 운영하기엔 빠듯하다. 자원봉사자들이 미술치료 등 여러 활동을 지원해주고 있으나 재료라도 구비하려면 운영비 해결이 필요하다”면서 “우리 병원은 1993년 호스피스회를 설립해 기부금 등으로 운영비를 보태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팀장 라정란 수녀는 “수익성을 고려하는 기관에서는 운영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국공립기관 위주로 서비스가 이루어지다보니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코로나19로 호스피스 병동이 문을 닫는 일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중앙호스피스센터에 따르면 지난 9월3일 기준 휴업신고 기관은 총 15곳이다.

후원회 등 활성화 바람직

이들은 호스피스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다각적인 지원이 뒤받쳐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라 팀장은 “암환자 다수가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만큼 마지막까지 책임을 지는 것도 병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병상수가 많을 필요는 없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현정 국립암센터 호스피스완화의료실장은 “고도화된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꼭 상급종합병원이 설치 확대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우리나라는 안정적인 돌봄을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원하는 사람은 어디서든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민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고대구로병원 관계자는 “호스피스에서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를 건보 수가로 해결하긴 어렵다. 오히려 서비스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아져 모금 활동 등이 활성화되는 것이 도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라 팀장도 “장기요양보험처럼 수가를 따로 적용한다면 모르겠지만 건보로 모든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후원의 성격으로 제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부는 보다 많은 환자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요양병원형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요양병원형 모델 개발 중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전문기관 수나 병상을 무작정 늘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가정이나 요양병원 등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유형을 다양화하고 있다”며 “특히 현재 모형은 요양병원에 적용하기 어려워 기관 특성에 맞는 모형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중으로 요양병원형 모형이 개발되면 그에 맞는 수가 등을 적용해 이르면 내년에 현장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유수인 쿠키뉴스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