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년 계약 끝나니 12억에 사라”… 3679가구 길거리 나앉을 판

입력 2020-10-16 04:03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분양을 전제로 한 10년 공공임대주택 세입자들이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 지난달 기준 3679가구가 분양 전환 계약을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저소득층이 많다 보니 많게는 십억원대까지 치솟은 분양가를 조달할 수가 없다.

그나마 정부의 제도 개선으로 85㎡ 이하 소형은 임대 기간 연장 등의 대안이 마련됐다. 하지만 85㎡를 초과하는 중대형 1000여 가구는 탈출구가 없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분양가를 못 내면 나가 달라는 입장이다. 공기업인 LH가 공익보다 이윤 추구에 천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일보가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15일 입수한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주택’은 모두 14단지다. 노무현정부 당시 도입된 공공임대 분양전환주택은 10년 임대 후 분양 시점에 산정되는 분양가를 내고 명의를 이전받는 구조다. 2010년 6월 입주 물량을 끝으로 추가 공급은 하지 않고 있다.

주변보다 임대료를 저렴하게 공급하고 분양권을 줘 저소득층의 내 집 마련에 보탬이 되자는 게 도입 취지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문재인정부 들어 급변했다. 14단지에 거주하는 6994가구 중 지난달 기준 절반 이상인 3679가구(52.6%)가 분양 전환을 못했다.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주택의 분양가 산정 방식이 발목을 잡았다. 분양 전환되는 시점의 시세가 감정평가를 통해 분양가로 책정된다. 그런데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저소득층인 세입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뛰어올랐다.

일례로 지난 8월 분양 전환이 시작된 경기도 성남시 판교의 백현마을2단지(85㎡ 초과)는 부동산 광풍으로 감정평가액이 12억~14억원으로 책정됐다. 대출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부동산 규제지역이라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30%에 불과하다. 분양가를 12억원으로 했을 때 3억6000만원까지만 대출이 되니 8억4000만원의 가구 자산이 있어야 한다. 해당 단지의 분양 전환 계약률이 0%에 머무르는 이유다.

그나마 85㎡ 이하 소형은 문 대통령의 공약 덕분에 대안이 있다. LTV를 70%까지 인정받는다. 그래도 자금이 없어 분양 전환이 힘들다면 4~8년 임대 기간을 연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85㎡를 초과하는 중형은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다. 아직 분양 전환을 못한 3679가구 중 1619가구(44.0%)가 이에 속한다.

세입자들의 고민은 깊어지는 반면 LH의 수익성은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7월 LH가 판교에서 운영 중인 7단지를 모두 분양하면 2조1000억원의 이익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약자를 위한다는 10년 공공임대가 약자의 눈물로 배를 채우고 있다. 주거생활 안정이라는 목적에 맞게 실질적인 대책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