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권력형 게이트 아니라는 與,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하나

입력 2020-10-16 04:01
라임·옵티머스 펀드 의혹 사건에 대해 여권 인사들이 잇따라 단순 금융 사기 사건임을 주장하고 나섰다. 여권 사람들이 연루된 정관계 로비설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검찰 수사를 앞두고 여권이 먼저 사건을 그리 규정하는 것 자체가 온당치 않다.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5일 당 회의에서 “이번 사건은 금융 사기 사건인데 야당이 정부·여당을 공격하려고 권력형 게이트 딱지를 갖다 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3일에도 “지금 뭐가 나왔길래 도대체 권력형 비리 게이트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라임 사태에 연루됐다는 법정 진술이 나온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이날 라디오에 나와 “이번 사건은 금융 사기 사건인데 권력형 게이트로 변하고 있다”고 김 원내대표와 같은 말을 했다.

두 펀드를 둘러싼 의혹 사건은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이다. 사안이 심상찮다고 판단해 법무부가 검사들을 추가로 파견하고, 대통령까지 나서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시한 게 불과 이틀 전이다. 그동안 부실한 수사로 의혹이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고, 대규모 수사단이 꾸려져 이제야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될 수 있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 실세들이 미리 사건의 성격을 금융 사기라고 못 박으면 향후 검찰 수사에 부담이 될 게 뻔하다. 가뜩이나 검찰이 정권 입맛에 맞춘 ‘코드 수사’를 해온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 마당에 나중에 여권에서 규정한 대로 수사 결과가 발표되면 국민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겠는가.

무엇보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정부·여당이 떳떳하다고 항변할 일은 아니다.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의 피해 규모는 각각 1조6000억원, 5000억원으로 국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줬다. 일차적으로 금융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은 현 정부에 있다. 게다가 전 청와대 행정관과 여당 소속 지역위원장이 라임 측으로부터 수천만원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이미 구속돼 있다. 청와대의 다른 행정관은 최근 구속된 옵티머스 이사의 배우자로, 펀드 지분 9.8%를 갖고 있었기에 역시 이번 사태와 무관치 않다. 또 사건 피의자들이 청와대와 국회를 들락거리며 여권 인사들을 두루 만나고 다닌 것만으로도 비판받을 만하다. 이를 감안하면 여권이 우린 잘못이 없다고 할 게 아니라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입다물고 있는 게 도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