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교회가 미셔널 처치로 전환하려면 리포커싱(refocusing) 작업이 필요하다. 리포커싱은 다시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포커싱이 제대로 돼 있지 않으면 아무리 열심히 사진을 찍어도 원하는 장면을 얻을 수 있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분명한 목적이 없이, 잘못된 목적을 갖고 산다면 오래 사는 것이 의미가 없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헛된 인생으로 끝나고 만다.
주변의 많은 교회처럼 우리 필그림교회(현 필그림선교교회)도 리포커싱이 필요했다. 1997년 개척 후 미주한인교회 중 대형교회로 성장했으나 주로 교인의 수평 이동에 의한 양적 성장이었다.
교회 자원은 점점 이미 믿은 성도를 위한 행사와 프로그램 개발·운영, 시설 확장·개선에 쓰이고 있었다. 개교회 성장은 이뤘으나 영혼구원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교회의 본질적 사명에는 매우 부족했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로서 정체성을 재확립하면서 몇 가지 리포커싱 작업이 시작됐다.
첫째, 개 교회 중심에서 하나님의 나라 중심으로 리포커싱이다. 예수님은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기 위해 오셨고, 하나님 나라의 확장은 그의 또 다른 몸인 교회를 통해 지속되고 있다. 그러므로 교회는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는 동일한 하나님의 미션을 위해 연합해야 한다. 필그림선교교회는 러브 뉴저지, 뉴저지 실버선교회 등의 선교적 연합운동을 지역의 다른 교회와 함께 추구하기 시작했다.
둘째, 해외선교 중심에서 ‘여기서, 지금’(Here & Now)의 지역사회 선교를 위한 리포커싱이다. 우리가 사는 지역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맡기신 제1선교지임을 새롭게 인식하고 지역사회 복음화에 우선순위를 뒀다. 이러한 리포커싱은 지금까지 한인 중심으로 해오던 섬김과 전도에서 지역 타민족에게 범위가 확장되는 자연스러운 결과를 가져왔다. 네이버 플러스, 맘스미션, 노숙자 사역, 히스패닉 선교, 다민족 전도와 예배 등을 통해 복음이 언어와 문화를 넘어 이웃에게 전파되는 미셔널 처치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셋째, 보내는 선교사에서 보냄 받은 선교사로 리포커싱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성도는 자신을 보내는 선교사로 여기며 선교에 참여했다. 소수의 가는 선교사를 파송하고, 기도와 물질적 후원을 보낸 것이다. 그러나 성경은 우리가 모두 하나님의 선교를 위해 보냄을 받았다고 가르친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마 28:19)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요 20:21) 등의 말씀은 예수님의 제자뿐 아니라 오늘 예수를 믿고 따르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주신 말씀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선교를 위해 우리가 다른 사람을 보내기 전에 우리 자신이 이미 주님의 보내심을 받은 것이다. 보냄 받은 선교사라는 리포커싱은 성도들이 자신의 삶에서 선교사적 삶의 거룩한 소명과 도전을 갖게 했다. 즉, 지금까지 선교 프로그램과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근본적인 미셔널 라이프에 대한 인식과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때 맞춰 ‘CRM/NOVO’라는 미국 선교단체에서 ‘미셔널 여정’(Missional Pathway)이라는 4단계 과정의 프로그램을 내놨다. 필그림선교교회는 이를 도입해 성도들이 미셔널 라이프를 살도록, 교회가 미셔널 처치로 변화되도록 활용하기 시작했다.
4단계 과정 중 ‘일깨워라’(Awaken)와 ‘행동하라’(Activate)의 두 단계는 미셔널 라이프 워크숍이다. 1년 반 전에 시작했는데 미셔널 라이프 워크숍을 통해 자신의 소명을 발견하고 선교적 삶을 사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한 성도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소명을 다음과 같이 발견하고 실천한다. “어릴 때 남미에 이민을 가서 배운 스페인어를 사용해 히스패닉 이민자들과 축구를 하고 식사하면서 교제하고 있습니다. 특히 막노동하는 히스패닉 이민자의 고민을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해 줄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까워져 마음 문을 열면, 성령님의 인도에 따라 복음을 전하고 예수님을 영접하도록 돕고 예수님의 제자가 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있습니다.”
한 성도는 주님에게서 멀어진 사람들이 돌아오도록 섬기는 소명을 발견했다. “주변에 상처 입고 주님을 떠난 사람, 50대가 돼 주님으로부터 멀어진 삶을 후회하면서 기도해달라고 요청하는 친구들, 주님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영혼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관계를 통해 주님께서 그들을 사랑하시며 포기하지 않고 계심을 알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님과의 관계가 회복되도록 돕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구원하신 하나님의 목적에 맞춰 사는 삶보다 더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삶은 없다. 미셔널 라이프를 살아가는 성도는 에베소서 2장 10절 말씀을 사랑하며 그 의미를 늘 되새긴다. “우리는 그가 만드신 바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선한 일을 위하여 지으심을 받은 자니 이 일은 하나님이 전에 예비하사 우리로 그 가운데서 행하게 하려 하심이니라.”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