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함께하는 설교] 예배를 다시 생각한다

입력 2020-10-23 03:08

코로나19로 인해 그리스도인의 예배 생활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대면 예배와 비대면 예배, 영상예배의 신학적 근거나 성경적 배경 등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과연 종교개혁자들은 위기 상황의 예배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졌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흑사병이 만연했던 16세기,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치명적인 전염병에서 도망가야 하는가’(Whether one may flee from a deadly plague?)라는 편지를 썼습니다. 당시 흑사병 치사율은 95%에 가까웠습니다. 감염되면 8일 만에 사망했습니다. 유럽 인구 3분의 1이 죽었습니다. 물론 치료할 만한 의학적 능력이 없었다는 점에서 현재 상황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루터가 말하는 도피(flee)는 단순히 우리가 생각하는 ‘밀집된 장소로부터의 격리’가 아니라 자신이 속한 나라와 지역, 마을을 모두 떠나 아예 사람 없는 곳으로 숨는 형태의 도망입니다. 이 편지에서 루터는 도망을 단순한 도피의 문제를 떠나 믿음의 문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루터는 믿음이 연약한 자의 도망을 비난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신자 중에는 믿음이 강한 자보다 약한 자가 많다는 것이 대체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루터는 강한 믿음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자들을 크게 칭찬하면서 “그들은 좋은 명분, 즉 하나님께 대한 강한 믿음을 지지하며 모든 신자가 강하고 확고한 신앙을 지키기 원하기 때문에 상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루터는 전염병에서 도피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 아니라, 믿음이 약한 신자를 배려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당시 상당수 개혁자의 가족이나 친지 중에 전염병으로 사망자가 발생했고, 루터 역시 이 역병의 치명적 위험을 알았기에 사람이 모이는 장소는 피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루터는 “이웃이 나를 필요로 한다면 나는 장소나 사람을 피하지 않고 자유롭게 갈 것이다. 보라 이것은 경솔하지도 않고 어리석지도 않으며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그런 신앙”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공직자나 목회자가 자신의 직무를 포기하고 도망갈 경우, 사회적 혼란이 일어나고 또 남겨진 병자와 성도들이 말씀과 성례 등을 통해 은혜를 받을 수 없으므로 루터는 목회자들에게 아주 강하게 권고합니다. “설교자나 목회자와 같은 영적 사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마찬가지로 죽음의 위험 앞에 변함없이 머물러야 한다.”

루터는 편지 결론에서 목회자의 말씀, 성례, 심방의 중요성과 다음 세 가지 사실을 특별히 강조합니다. 첫째, 백성들에게 교회에 출석해 설교를 듣도록 훈계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살아가는 법과 죽는 법을 배우도록 해야 한다. 둘째, 모두가 적절한 시기에 죄를 고백하러 와서 성찬을 받아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 셋째, 병자가 목사의 방문을 원한다면 정신이 온전한 상태에서 부르고 일찍 그렇게 하도록 하라.

루터의 이 편지가 오늘날 ‘대면 예배와 비대면 예배’의 문제에 관한 구체적인 답을 주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극한 전염병이 창궐한 시대 속에서 예배의 소중한 의미를 되새기고 죽음의 위협 앞에서도 자신의 몸을 하나님 앞에 드리는 예배를 폐할 수 없다는 소중한 지침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위기일수록 복음의 일선에선 목회자의 헌신과 섬김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진정한 예배자가 되고 예배 회복의 은혜를 누리시기를 축복합니다.

김송수 동석교회 목사

◇동석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며 하나님 나라 확장과 영혼 구원을 위해 기독교문화운동 기독교영성운동 기독교복음운동을 펼쳐가고 있습니다.

●이 설교는 장애인을 위해 사회적 기업 ‘샤프에스이’ 소속 지적 장애인 4명이 필자의 원고를 쉽게 고쳐 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