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문건’ 실체 파악 본격화… 계좌추적 범위도 넓어질 듯

입력 2020-10-15 04:01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는 윤모 전 금융감독원 국장이 14일 별건의 뒷돈 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은 후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서울중앙지법을 빠져나가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검찰의 수사팀 증원 요청에 검사 5명의 파견을 승인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의 옵티머스 수사팀 확대 개편을 보는 법조계의 반응은 “수사팀 전체 규모(검사 18명)와 확대 폭(2배) 모두 유례없다”는 것이다. ‘제2의 중앙수사부’로 불리던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의 소속 검사가 단장을 포함해 11명이었다.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했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파견 검사가 20명이었다. 사건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 수사팀의 검사 숫자가 2배로 불어난 적은 없었다고 한다.

법조계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말한 ‘대폭 증원’이 현실화한 것이며, 정관계 비호 및 로비 의혹만 전담할 수사팀도 따로 마련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새로 투입되는 ‘특수통’들이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여러 내부 문건 실체부터 따질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국정감사 과정에서 ‘허위 문건’이라는 시각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새 수사팀은 기록 전반을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수사팀이 만들어진 만큼 앞으로는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더욱 활발해지고 은밀한 계좌추적의 범위도 넓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문건에 이름이 오른 고위 인사들이 적어도 한 차례는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수사 인력이 늘어난 만큼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의 조사라도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다.

인력이 늘었지만 난관이 상당하다는 관전평도 있다. 한번 늦춰진 수사 속도를 다시 높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7월 김재현(50·수감 중)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이사 등을 재판에 넘긴 뒤 조사부에 있던 사건을 경제범죄형사부로 재배당했다. 옵티머스 사태 핵심들의 기소 이후에 검찰 인사와 재배당이 이뤄지면서 기록 검토를 위한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부패수사2부와 범죄수익환수부 인력이 투입됐지만 규명해야 할 의혹은 점점 커지는 상황이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최소 10명’을 언급하며 수사팀을 대폭 늘리라고 지시한 것도 “더 늦으면 ‘돌파’가 어렵게 된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 잠적한 핵심 인물도 나타났다. 김재현 대표 등 옵티머스의 핵심 경영진들이 이미 기소돼 검찰 수사에 협조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 된 점도 수사팀으로서는 과제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미 공소가 제기돼 기록이 흘러나간 상황이라서 검찰의 주안점이 보안되지 못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 ‘금융권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라임 사태에 이어 또다시 뒷배 역할로 등장한 금융감독원이 첫 타깃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지난 13일 윤모 전 금융감독원 국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윤 전 국장을 소환 조사했다. 윤 전 국장은 김 대표에게 수천만원을 받았고, 옵티머스 수탁사인 하나은행을 포함해 여러 금융회사 고위직을 소개해준 인물로 지목돼 있다.

다만 윤 전 국장은 이러한 의혹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또 다른 3000만원 수재 혐의로 항소심 재판 중인 그는 이날 공판 뒤 기자들에게 “김 대표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검찰에서 충분히 소명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에게 은행 관계자들을 소개해줬다는 의혹 등에 대해서는 질문을 받고도 대답하지 않았다.

이경원 구승은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