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가을철 재유행이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일일 신규 확진자가 5만명대로 다시 늘어났고, 유럽에서는 전염병 확산세를 꺾기 위한 봉쇄 조치가 확대되고 있다.
보건 전문가인 미국 베일러 의대 국립열대의학대학원의 피터 호테즈 원장은 13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지난달 초 일일 신규 환자 수는 최근 들어 가장 낮은 3만~3만5000명까지 내려갔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다시 5만명 수준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우려했던 가을·겨울철 코로나19 급증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며 “곧 미국 전역으로 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미국 전체 50개 주 가운데 40곳에서 1주일 평균 신규 확진자가 전주보다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지난 10일 이후 20여개 주에서는 1주일 평균 신규 확진자 수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중 절반은 이날 또 최대치를 넘어섰다. 특히 북부·중서부 주들이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봄철에 이은 의료기관 마비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WP에 따르면 실제 오하이오와 펜실베이니아를 포함한 10여개 주에서는 입원 환자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최근 사상 최대 코로나19 신규 감염·입원·사망 수치를 기록한 위스콘신주의 경우 부족한 병상을 확보하기 위해 이번 주 야전병원을 설립하기로 했다.
유럽의 상황도 심각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주 유럽 대륙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70만명에 달한다. 약 52만명이었던 전주 대비 36% 증가했다. 현재까지 집계된 이 지역 통계치 중 가장 높다. 유럽에서도 의료 시스템 마비에 대한 우려가 크다. 지난 3주 동안 신규 확진자가 4배 증가한 영국에서는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전국 봉쇄 정책을 폈던 지난 3월 이전보다 현재 입원 환자 수가 더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보건 당국은 다음주 말이면 중환자 병실의 90%가 채워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날 7400명으로 일일 확진자 최고치를 경신한 네덜란드에서는 마르크 뤼테 총리가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일반 병원 진료의 75%가 취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부 유럽 국가는 나라 문을 걸어잠갔던 7개월 전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최근 유럽 국가 중 가장 높은 ‘인구 10만명당 신규 확진율’을 보였던 체코에선 마스크 의무화 조치가 재도입됐고, 6인 이상 모임이 전면 금지됐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12일 사모임과 아마추어 스포츠 경기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방역 대책이 수립됐다. 지난주 2만6700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프랑스에서는 14일 강화된 방역 대책이 발표될 예정이다. 파리 등 대도시 집단 감염 지역을 중심으로 야간 통행금지가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스페인 정부는 수도 마드리드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시 경계 바깥으로의 출입을 제한했다.
하지만 이미 코로나19로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올 초와 같은 전면 봉쇄 카드를 꺼내기도 어려워 딜레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12일 의회에서 “국민 삶과 경제를 닫는 상황은 피하고 싶다”며 “또다시 전국 봉쇄 조치를 펴고 싶지 않지만 바이러스가 활개를 치게 놔둬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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