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 의료기관 2317곳 백신 보관규정 위반

입력 2020-10-20 17:24
13일 서울 동대문구에서 한 시민이 독감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박효상 쿠키뉴스 기자

정부의 독감 무료예방접종이 재개됐지만, 백신 품질과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 만 13~18세 대상 독감 무료예방접종 사업이 재개됐다. 당초 접종은 지난달 22일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시작을 하루 앞두고 돌연 중단됐다. 신성약품이 배송한 무료 백신 일부가 상온에 노출된 것이 원인이었다.

질병관리청(이하 질병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해당 무료 백신 539만 도즈의 품질을 검사한 결과, 안전성에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장시간 상온에 노출돼 효력이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 48만 도즈는 수거됐다.

무료 백신에 대한 우려는 지속됐다.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실이 성인 54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2.7%는 백신에 대한 안전성 검사가 완료돼도, 이를 자녀에게 접종시키지 않겠다고 답했다. 무료 백신의 안전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이다.

보건당국에 대한 불신도 커졌다. 무료 백신을 접종하는 위탁 의료기관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병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9년도 하반기 예방접종 업무 위탁기관 점검 결과’에 따르면, 위탁 의료기관 1만1047곳을 방문 점검한 결과 2317곳이 백신 보관 규정을 위반하고 있었다.

위탁 의료기관의 관리 부실은 실제 사고로도 이어졌다. 질병청이 무료 백신 접종을 중단한 이후에도 사람들에게 이를 접종한 위탁 의료기관이 속출한 것. 의료기관이 자체 조달한 유료 백신을 무료 백신과 함께 보관해, 유료로 접종을 받으러 온 사람들에게 무료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달 7일 기준 총 3045명에게 상온 노출 의심 백신이 접종됐으며, 이 중 554명은 수거조치 대상인 백신을 맞았다.

백신의 상온 노출 사고와 별개로, 일부 백신에서는 이물질도 발견됐다. 한국백신의 제품 일부에서 흰색 침전물이 보인다는 신고가 접수돼, 회사측이 61만5000도즈를 자진 회수하기로 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침전물은 백신에 함유된 항원 단백질이 응집된 것으로 추정되며, 안전성 우려는 낮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백신 유통과정에 대한 기준과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 위탁 의료기관 내에서 안전관리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무료 접종은 일정에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성주 쿠키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