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이 대조적인 역량 강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셀트리온그룹은 자회사를 합병해 만능 단일 제약회사를 기획했다. SK그룹은 각 사업부를 분사·상장하며 전문성 향상에 집중했다.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을 합병할 계획이다. 회사는 제2의 지주회사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설립, 기존의 셀트리온홀딩스와 내년 말까지 합병할 예정이다. 이 과정 중 자회사 3사도 합병, 최종적으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이끄는 한 개의 지주사 밑으로 단일 자회사가 있는 지배구조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자회사들은 각자 다른 역할을 나눠 맡고 있다. 지난 1991년 설립된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를 연구·개발·생산한다. 이후 8년이 지난 1999년 국내외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의 영업 활동과 판매를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설립됐다. 이듬해인 2000년 화학합성의약품의 생산과 국내 판매를 담당하는 셀트리온제약이 설립됐다.
자회사 합병과 지주회사 단일화가 완료되면, 기업의 지배구조는 명료해진다. 셀트리온그룹은 경영비용을 절감하고, 투명성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자회사를 합병하면 단일회사가 자체적으로 제품 개발·생산·유통·판매를 수행하게 된다. 제품 생산은 셀트리온, 판매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각각 담당했을 때 양사 사이에 불거졌던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불식시킬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SK그룹은 분사·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회사의 제약·바이오 분야 계열사는 SK케미칼을 주축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 SK플라즈마, SK바이오팜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난 7월 SK바이오팜이 상장됐으며, 내년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상장이 추진될 예정이다.
이들 계열사는 활약하고 있는 분야가 모두 다르다. SK케미칼은 신소재와 화학합성의약품을 개발·생산한다. SK케미칼에서는 지난 2015년 SK플라즈마, 2018년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각각 떨어져 나왔다. SK플라즈마는 알부민, 테타불린 등 혈액제제 전문 회사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독감백신, 수두백신 등 백신만 연구·개발·생산·판매한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011년 설립됐으며, 중추신경계 질환 바이오신약을 연구·개발·생산·판매한다.
지속적인 분사와 계열사 설립의 최종 목표는 전문성 제고다. 의약품은 제제에 따라 연구·개발·생산 제반은 물론, 적용되는 법률도 다르다. 각 계열사가 한 가지 분야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분리해, 여러 분야에서 업계 초격차를 확보한다는 것이 SK그룹의 전략이다.
다만 기업들의 이 같은 전략이 모두 관철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우선, 합병은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에 의한 주주 승인을 얻어야 추진할 수 있다. 합병 일정, 방법, 대상 등도 주주총회의 결과에 따라 정하게 된다.
한편 대기업들이 제약분야 계열사를 신설했다가 고배를 마신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1996년 한화의 의약사업부로 시작된 드림파마는 2014년 한화케미칼에 의해 알보젠에 매각됐다. 2002년 설립된 LG생명과학은 2016년 LG화학으로 흡수 합병되면서 사라졌다. 2014년 CJ는 독립법인으로 분리한 CJ헬스케어를 2018년 한국콜마에 매각했다.
한성주 쿠키뉴스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셀트리온은 뭉치고 SK는 흩어지고… 제약업계 역량·전문성 강화 잰걸음
입력 2020-10-20 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