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항암치료 전 치과진료 받아야

입력 2020-10-18 18:01

항암 치료를 받게 되면 우리 몸의 면역력이 일시적으로 낮아져 입속에 염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항암제는 빨리 자라는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입안의 점막세포처럼 비교적 빠르게 성장하는 세포들이 쉽게 영향을 받는 것도 원인이 된다. 구강 점막이 약해지면서 기존의 구강 질환이 심해지거나 구강 합병증이 나타나는데, 이는 암이나 항암제 종류, 환자의 영양. 구강상태, 나이 등에 따라 발생 정도나 횟수에 차이를 보인다.

구강 합병증이 발생하면 점막조직이 손상되어 통증을 유발하고, 입술이나 잇몸에 염증이 생기거나 구강 점막에 출혈이 있기도 한다. 특히 의치(틀니)를 사용하는 나이 든 환자의 경우 증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항암치료 중에 입 속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은 구강의 점막염, 궤양, 건조증, 과민증, 미각의 변화 등이다. 간접인 영향으로 백혈구와 혈소판이 감소하면서 부분적인 입 속 감염과 함께 점막이 손상되거나 입 안이 헐고 염증이 생기며 잇몸에 궤양 및 출혈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구강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항암 치료 이전에 치과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입 속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치태와 치석은 미리 제거하는 것이 좋다. 세균막인 치태는 일반인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항암 치료 중인 환자에게는 심한 염증의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 급·만성의 치주질환, 충치, 부분 매복된 사랑니 등은 항암 치료 이전에 제거하도록 한다. 날카로운 치아 면이나 입안을 자극하는 불량 보철물 등도 가능한 미리 제거하는 것을 권장한다.

점막염이 있는 환자는 미지근한 식염수로 수시로 입안을 세정하며, 필요한 경우 연고나 처방받은 가글제를 사용하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담배, 술, 탄산음료는 금지해야 하며 점막에 수분을 공급하기 위해 생수와 이온음료, 유동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혈소판 수치가 낮은 환자는 출혈 위험이 있으므로 무리하게 치실을 사용하기 보다는 부드러운 칫솔로 치태를 제거하여 구강 내 출혈을 방지한다.

항암 치료 시기에는 일시적으로 체내 면역력이 낮아지고 입 속 점막세포들이 민감해진다. 입 속에는 정상적으로 많은 세균들이 있으며 평소에는 우리 몸과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상처가 생기거나 입안이 헐게 되면 이러한 세균들이 침투해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구강 관리는 항암 치료 전 중요한 준비단계이다. 기존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가벼운 구강 질환이 항암 치료 중 악화된다면 암 치료를 중단하고 구강 치료를 먼저 받아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항암 치료를 앞 둔 환자는 미리 치과 검진을 받아 항암 치료 일정에 지정이 없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이정원 원자력병원치과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