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서북능선은 대청봉(1707.9m)에서 대승령을 지나 안산으로 이어지는 약 13㎞ 구간이다. 설악산 능선 가운데 가장 길고, 남설악과 내설악을 구분하는 경계인만큼 설악의 전모를 두루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코스가 따라올 수 없는 매력을 지녔다. 지난달 하순 대청봉에서 처음 시작된 단풍이 서북능선에서 화려한 시기를 이어가고 있다.
서북능선은 힘든 산행 코스로 정평이 나 있다. 길면서도 굴곡이 심해 체력 소모가 심하서다. 한계령에서 출발하면 가파른 계단이 약 1㎞ 계속된다. 한계령 삼거리에서 끝청·대청봉과 반대 방향인 귀때기청봉으로 향한다. 바위가 널브러져 있는 너덜지대를 조심조심 지나야 한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지나면 귀때기청봉(1578m)이다. 그곳에 붉은 단풍이 내려앉아 있다. 멀리 끝청으로 올라가는 능선길과 대승령 방향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바라보면 왜 설악의 가을 단풍이 우리나라 ‘제1’인지 실감할 수 있다.
서북능선은 능선길 자체도 아름답지만 사방으로 펼쳐지는 내설악과 남설악의 장관을 그대로 보여주는 최고의 조망터로 유명하다. 멀리 용아장성과 그 너머 공룡능선이 빚어내는 설악산 특유의 암봉이 더할 나위 없는 풍경을 펼쳐놓는다. 암봉 사이 울긋불긋한 단풍의 빛깔이 한 폭의 그림이나 다름없다. 거대한 바위를 도화지 삼아 군데군데 물감으로 그려 넣은 수채화 같다. 반대쪽으로는 가리산 능선이 아스라이 흘러간다.
귀때기청봉을 지나면 1408봉이다. 이 봉우리를 지나면 한참 동안 우거진 숲길로 이어지다 대승령(1210m)에 도착한다. 장수대, 십이선녀탕 계곡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뉘는 갈림길이다. 십이선녀탕 계곡으로 가는 길은 폭우에 탐방로가 유실되면서 통제중이다.
대승폭포를 거쳐 장수대로 하산하면 된다. 설악산 장수대 탐방지원센터에서 0.9㎞ 지점인 해발 740m에 대승폭포가 있다. 높이는 88m. 금강산 구룡폭포, 개성 천마산의 박연폭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폭포로 꼽힌다. 수량이 많지 않아 물줄기는 약하지만 장엄한 모습은 변함이 없다. 폭포 전망대 바로 옆 너럭바위에 시선으로 불리는 이백의 시구인 구천은하(九天銀河)가 음각돼 있다.
폭포에 전설이 서려 있다. 부모를 일찍 여읜 대승이라는 총각이 어느 날 돌기둥에 동아줄을 매고 석이버섯을 따고 있었는데 이미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절벽 위에서 다급하게 불러 정신없이 올라가 보니 어머니는 간데없고 커다란 지네가 동아줄을 갉아 먹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것. 죽어서도 아들의 생명을 구해준 어머니의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고 해 이름을 얻었다.
대승령에서 못 가본 십이선녀탕 계곡을 남교리에서 거꾸로 올라봤다. 계곡은 약 8㎞ 이어진다. 밤이면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을 하고 동트기 전 돌아갔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맑은 탕이 12개라 해서 십이선녀탕이라고 하지만 실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8개다. 선녀는 볼 수 없지만 선녀를 유혹한 풍경은 그대로다. 현재 탐방로 통제로 응봉폭포까지만 갈 수 있다.
인제에서 자작나무숲이라고 하면 으레 원대리를 떠올린다. 하지만 원대리에서 25㎞쯤 떨어진 남면 수산리에도 자작나무숲이 있다. 동해펄프가 1987년 펄프생산을 위해 조림을 시작한 곳이라고 한다. 전체 2000㏊의 조림지역 중 600㏊가 자작나무로, 100만 그루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이 숲속에서 즐기는 곳이라면 이곳은 멀리서 보는 숲이다. 비포장 임도를 따라 나무로 지어놓은 전망대에 닿으면 건너편 산에 ‘한반도 모양 자작나무숲’이 눈에 들어온다. 가을 단풍이 들고, 이어 하얀 가지를 드러내는 겨울이 되면 그 모양은 더욱 선명해진다.
수산리 자작나무 숲은 트레킹코스로도 손색없다. 수산리∼어론리 임도코스는 19㎞로, 해발 450∼580m를 지난다. 대체로 평탄해 5~6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먹고 마실 것은 준비해야 한다.
여행메모
설악산 미복구·통제 탐방로 확인 필요
남교리 일대에서 25일까지 ‘꽃길’ 축제
설악산 미복구·통제 탐방로 확인 필요
남교리 일대에서 25일까지 ‘꽃길’ 축제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한계령으로 가려면 서울양양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동홍천나들목에서 빠져 44번 국도를 타고 인제 방면으로 간다. 원통을 지나 한계교차로에서 한계령으로 향하면 된다. 한계령휴게소는 무료주차할 수 있지만 밤부터 아침까지 폐쇄된다. 설악산 일원은 단풍 시즌 교통정체가 심하다. 수시로 교통이 통제되기도 한다.장수대 탐방지원센터와 십이선녀탕 계곡 입구에 등산객들을 위한 주차장이 마련돼 있지만 일찍 가지 않으면 주차하기 쉽지 않다.
설악산 탐방로는 최근 폭우로 대거 유실됐다. 대부분 복구됐지만 십이선녀탕 계곡에서 대승령에 이르는 구간은 일부만 개방됐다. 흔들바위~울산바위와 비룡폭포~토왕성폭포전망대 구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탐방객 밀집 방지를 위해 통제중이다.
지난해 첫 축제로 관심을 끌었던 ‘내설악을 품은 인제가을꽃축제’가 올해는 ‘인제에서 꽃길만 걷자’라는 이름으로 인제군 북면 남교리 일대에서 25일까지 진행 중이다. 3만3000평이 넘는 규모의 부지에 대표적인 가을꽃인 국화·야생화 단지와 연못 둘레길 등으로 조성됐다.
국립공원공단은 가을 단풍철을 맞아 가을 단풍 기간 공단 직영 주차장 21곳에서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대형차량 출입을 제한하며 가족 단위의 소규모로 탐방해 줄 것을 권고했다. 설악산에서 운영되는 케이블카는 탑승자 간 이격 거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케이블카 당 탑승 최대 인원을 50%로 제한해 운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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