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최근 전월세 시장과 관련해 “(임대차법 개정 이후) 기존 임차인(세입자)의 주거안정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전셋집 한 곳을 계약하기 위해 9개 팀이 몰려 제비뽑기까지 하는 진풍경(국민일보 10월 14일자 1면 참조)이 펼쳐졌음에도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경제부총리가 뚜렷한 대책은 없이 안일한 인식만 내비쳤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홍 부총리는 이날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신규로 전세를 구하는 분들의 어려움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도 “(임대차법 개정) 제도가 정착되면 기존 임차인의 주거안정 효과가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최근 전세대란과 관련해 “추가 대책을 계속 강구해보겠다”고 말해왔다. 때문에 이날 회의에서 정부가 전세 대란과 관련된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홍 부총리는 이날 “전셋값 상승 요인에 대해 관계부처 간 면밀히 점검·논의해나가겠다”고만 했을 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홍 부총리가 지난 8월 공식화했던 경기도 의왕 아파트 매각 역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홍 부총리가 매각 의사를 밝힌 이후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주장하면서 거래 불발 위기에 처했다. 개정 임대차법의 유권해석상 계약 당시 세입자가 퇴거에 동의했다면 의사 번복은 효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통상 원만한 해결을 위해 소정의 위로금을 세입자에게 줘야 한다. 서울 마포구 전셋집을 나가야 하는 상황에 이어 홍 부총리가 임대차법 유탄을 맞는 모양새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신혼부부·생애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한 특별공급(특공) 소득 기준 완화책을 내놨다. 지난달 말에도 민영주택 특공에 대한 소득 기준을 완화했는데 2주도 안 돼 추가 완화책을 꺼낸 것이다. 신혼부부·생애최초 특공 물량을 우선공급 물량 70%와 잔여물량 30%로 나누고, 잔여물량 30%에 대해서는 내년 1월부터 대폭 완화된 소득 요건이 적용된다. 신혼부부 특공 물량 가운데 민영주택에 대해서는 맞벌이 가구의 경우 도시근로자 월 평균 소득의 160%(부부 합산 세전 소득이 월 889만원 이하)까지 청약 자격이 주어진다. 공공분양의 경우에도 월 소득 778만원 이하(도시근로자 평균 소득의 140%)의 자녀 없는 맞벌이 가구도 지원 가능해진다.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특공 소득 기준 완화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신규 공급 확대나 전셋값 상승 억제를 하지 못하면 결국 시장 불안을 잠재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주택자 사이에서도 “특공 청약 경쟁률만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7개월간 서울에서 신혼부부 특공에 당첨된 사람은 총 932명이다. 이는 7월 한 달간 서울에서 신고된 혼인 건수(3709건)의 4분의 1 수준이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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