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20년 만에 총수를 교체했다. 2년 전부터 사실상 그룹을 진두지휘해온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14일 회장에 선임돼 공식적으로 3세 경영 시대가 개막했다. 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 선대회장이 맨땅에서 일군 자동차 사업을 정몽구 명예회장이 세계 5위 수준으로 키웠고, 이를 물려받은 정의선 회장에게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이뤄내야 할 책무가 주어졌다. 국내 2위 대기업집단인 현대차그룹이 혁신에 성공할지 여부는 한국 경제의 앞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임 정 회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지금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격변하는 중이다. 지난 7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일본 도요타의 시총을 제친 것만 봐도 변화가 얼마나 격렬한지를 알 수 있다. 현대차그룹도 전통적인 자동차 기업에서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 회장은 취임 메시지에서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스마트시티의 더욱 더 빠른 현실화’를 강조했다. 혁신의 측면에서 적절한 목표를 세운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제 정 회장은 그룹이 ‘게임 체인저’(판도를 바꾸는 이)가 되도록 이끌어야 한다.
다른 과제들도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판매 부진을 극복하는 것, 최근 전기차 코나의 잇단 화재로 드러난 전기차 안전성 문제를 해소하는 것은 단기적인 과제다. 또 이전 세대 총수는 기업의 성장과 경쟁력 제고에 주력했으나 지금 세대 총수에게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성장 못지않게 중요해졌다. 정 회장도 새 시대를 맞은 그룹의 키워드로 ‘고객·인류·미래·나눔’을 제시하며 “결실을 전 세계 고객과 나누면서 사랑받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룹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것역시 정 회장에게 주어진 숙제 중 하나다.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복잡하게 꼬여 있다. 국내 10대 대기업집단 가운데 순환출자 구조를 깨지 못한 곳은 현대차그룹뿐이다.
[사설] 정의선의 현대차그룹, 혁신 리더십을 기대한다
입력 2020-10-15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