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으로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복음연합(TGC) 전국 콘퍼런스가 열렸다. 성공회를 비롯한 다양한 교파의 목회자들이 강의를 맡았고 1만명이 넘는 그리스도인이 참여했다. 강사들은 갈라디아서를 한 장씩 맡아 설교했는데, 여기에 개론과 적용을 덧붙여 ‘그리스도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셨다’라는 주제로 출간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갈라디아서 개요와 적용은 토마스 슈라이너 남침례신학교 신약학 교수와 싱클레어 퍼거슨 리폼드신학교 조직신학 교수가, 종교개혁자가 해석한 갈라디아서 역사에 관해선 영국성공회 사제 제럴드 브레이가 맡았다. 책의 각 장을 다양한 교단의 목회자가 나눠 설교했다. 신기한 건 목회자 각자의 개성이 설교에 분명히 드러나면서도, 한편으론 한 사람이 전하는 것처럼 통일된 메시지같이 들린다는 점이다. 개요에서 슈라이너 교수는 갈라디아서 수신자가 북갈라디아인지 남갈라디아인지에 관한 역사적 논쟁에 휩쓸리지 말고, 오직 복음에 집중해서 이해할 것을 부탁한다. 수신자가 달라지면 해석이 달라질 수 있으나, 갈라디아서가 말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복음은 달라지지 않는다.
존 파이퍼 베들레헴신학대 총장과 샌디 윌슨 TGC 자문위원은 1~2장을 본문으로 복음에서 떠난 갈라디아 교인의 상황을 오늘날 교회 상황으로 인식하며 놀라움과 슬픔의 정서를 표현한다. 우리의 모든 죄책감에 있어 해결책은 오직 복음임을 강하게 증거한다. 3장을 해설한 피터 아담 전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리들리칼리지 총장은 당대 그리스도인의 문제점 세 가지를 ‘잘못된 성경해석’ ‘믿음이 아닌 율법을 따라 사는 삶’ ‘그리스도를 믿지 못하여 복음을 따라 살지 못했던 삶’으로 규정한다. 치료법으로는 성경을 듣고 약속을 받으며, 그리스도를 믿는 것을 제시한다.
알레고리적 표현이 있어 해석하기 까다로운 4장은 DA 카슨 트리니티신학교 신약학 교수가 해설했다. 카슨 교수는 바른 신학적 해석과 적용으로 ‘노예 상태에서 해방된 자유’를 설명한다. 5장과 6장은 TGC 이사 타비티 안야빌리 목사와 팀 켈러 리디머장로교회 설립목사가 주해했다. 복음을 잃어버린 교회가 가진 세 가지 문제점으로 ‘영적 배교’ ‘초보 신자의 문제’ ‘하나 됨을 깨는 것’을 언급하면서 인간의 참된 정체성은 오직 복음에서 흘러나온다고 증명한다. 마지막 갈라디아서의 적용 부분은 퍼거슨 교수가 맡았다. 그는 ‘율법주의와 반율법주의’라는 복음의 두 가지 대적을 물리칠 때 오직 복음으로 자유로울 수 있음을 말한다.
적잖은 이들이 미국 교회가 위기라고 말한다. 하지만 복음으로 연합된 목회자들과 복음을 사모해 1만명 가까이 모이는 성도들이 있다는 건, 미국교회에 아직 소망이 있다는 분명한 증거일 것이다. 그리스도가 이룬 복음의 진수를 함께 모여 나눈다는 건 참 귀한 일이다. 코로나 상황으로 모이지 못하기 때문인지, 책을 읽으며 그 현장이 더 그리워졌다. 교단을 초월한 목회자의 아름다운 연합이 있고 말씀을 사모하는 수많은 성도가 모이는 그날이 우리에게 속히 오길 간절히 기도한다.
고상섭 목사(그사랑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