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보고 싶다, 심수봉

입력 2020-10-15 03:03

지난해부터 시작된 트로트 열풍이 새로운 스타뿐 아니라 옛 가수도 소환해내며 모든 매체를 지배 중이다. 지난 추석연휴 TV 프로그램 중 최고의 화제는 단연 나훈아였다. 파격적인 퍼포먼스에 놀랐고, 소크라테스와 호형호제하는 기개도 화제였다. ‘2020 트롯 어워드’는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에게 대상을 수여해 그를 소환했다. 이런 트로트 열풍에도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아티스트가 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트로트 명인 심수봉이다.

“하루에도 몇 번은 그 속에 빠져 마치 내 얘긴 듯 심각했지만, 왠지 내 인생 그 언제부턴가 난 그녀 노래와 인연이 있다는 걸 깨달았지.” 이문세가 부른 ‘내 사랑 심수봉’의 한 구절이다. 심수봉의 노래는 한국인이라면 자연스레 빠져드는 아련한 슬픔과 신비가 있다. ‘신이 내린 비음’이라 불리는 독특한 창법과 나도 모르게 내 입과 마음을 사로잡는 노랫말이 참 좋다. 대부분 노래를 작사·작곡하는 싱어송라이터라는 점도 탁월하다.

그의 노래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요순위나 시상식과는 거리가 멀어도, 온 국민이 다 아는 ‘이상한 히트곡’이다. 이 가운데 심수봉의 신앙을 담은 아름다운 노래가 있다. 1997년 발표된 ‘백만 송이 장미’는 라트비아 민요에 심수봉이 새롭게 가사를 입힌 번안곡이다. 가사 한 구절씩 잘 음미해보면, 아름다운 은유에 담긴 완벽한 가스펠송임을 깨달을 수 있다.

“먼 옛날 어느 별에서 내가 세상에 나올 때, 사랑을 주고 오라는 작은 음성 하나 들었지.”(1절) 우리가 우연 속에 태어나 정해진 시간을 살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섭리 가운데 이 땅에 온 고귀한 존재임을 일러준다. 후렴구가 반복해서 노래하듯, 우리 존재 가운데 녹아 있는 하늘의 사랑으로 미움을 떨쳐내고 아름다운 사랑의 장미를 피우라는 소명이다.

“수많은 세월 흐른 뒤 자기의 생명까지 모두 다 준 빛처럼 홀연히 나타난 그런 사랑 나는 알았네.”(2절) 여기서는 죄악 많은 타락한 세상에서 꿈은 좌절되고 진정한 사랑은 찾아볼 수 없는 현실을 말한다. 하지만 내가 온 별에서 나를 찾아와 자신의 생명까지도 내어주는 숭고한 사랑을 만난다.

“그대와 나 함께라면 더욱더 많은 꽃을 피우고, 하나가 된 우리는 영원한 저 별로 돌아가리라.”(3절)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된 사람은 자기 존재 안에 숨어있던 고귀한 성품을 드러내며 새로운 삶의 목적과 방향을 찾는 법이다. 이제 나의 삶은 그 사랑과 동행하며 아름다운 사랑의 꽃을 피운다. 또 내가 왔던 영원한 본향으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는 믿음과 소망을 노래한다.

심수봉이 만난 ‘그 사랑’은 무엇일까. 2012년 지상파 방송에서 방영한 한 콘서트 실황방송에서 심수봉은 이 노래에 관해 이같이 말했다. “전 사랑은, 진정한 사랑의 가치는 딱 한 곳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이 노래는요, 사실 그 사랑의 대표자인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노래한 것입니다. 백만 송이 장미를 하늘에 올려드립니다.”

이 노래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가치와 복음의 진수를 아름답고 완전하게 표현하고 있다. 우리의 삶은 그렇게 하늘의 사랑과 섭리로 연결돼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오늘의 대중문화를 지배하는 트로트 파티 가운데, 심오한 인생의 의미와 그리스도의 사랑을 아름다운 은유에 담아 노래한 심수봉의 노래가 참 그립다. 보고 싶네요. 심수봉 권사님.

윤영훈 성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