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소비자 대상 제조기업들도 향후 도입이 유력한 글로벌 ‘디지털세’ 과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러나 제조기업보다는 구글 등 디지털서비스기업에 대한 과세가 집중될 것으로 보여 디지털세 도입이 세수 측면에서 한국에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13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과 주요 20개국(G20)을 포함한 136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협의체(IF·Inclusive Framework)’가 디지털세 장기대책 중간보고서를 승인·공개했다고 밝혔다. 중간보고서는 올해 1월 기본골격 합의 후 현재까지 진행된 세부사항을 담고 있다.
중간보고서에는 디지털세 부과 대상에 디지털서비스기업과 소비자 대상 기업이 모두 포함된다는 점이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디지털산업을 토대로 한 한국의 글로벌 제조업체들의 과세 부담이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디지털서비스기업은 최소매출 기준만 충족해도 과세권 배분 대상이 되지만, 소비자 대상 기업은 이보다 상향된 최소매출 기준과 추가 기준까지 충족해야하는 등 과세 기준을 엄격하게 제시했다. 기재부는 구체적인 디지털세 과세 대상 업종과 최소 매출 기준 금액은 여전히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또 OECD 사무국이 제안한 기준(7억5000만유로·약 1조원)에 비춰 한국 기업이 얼마나 과세 대상에 포함되는지 내부적으로 추정한 자료는 있지만, 정확한 자료가 아니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디지털세가 도입된다고 해도 세수 측면에서 한국에 반드시 불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광효 기재부 소득법인세정책관은 “디지털세 도입 시 관련 기업은 자국뿐 아니라 사업을 벌이는 해외에도 세금을 내야 한다”며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감안했을 때 한국에 불리하지 않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즉 구글 등 글로벌 디지털서비스기업들이 국내에 내야 할 디지털세가 한국 기업들이 해외에 내야 할 세금보다 많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한편 IF는 당초 올해 말 계획했던 디지털세 최종 합의안 도출 시점을 내년 중순으로 연기했다. 코로나19 확산과 11월 미국 대선 일정 등을 감안한 조치다. 기재부는 내년 디지털세 최종 합의안이 나오더라도 실제 도입까지는 수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자조약 체결·비준, 국내법 개정 등 규범화 작업에 최소 2~3년이 걸릴 것이라는 판단이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