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 양 충분할까” 불안불안

입력 2020-10-14 04:03

‘상온 노출’ ‘침전물 발생’ 등의 논란을 겪었던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이 재개됐지만 수급 불안정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두 차례의 논란으로 방역 당국이 회수한 백신이 100만 도즈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30%는 아직 수급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 실제로 접종 재개 첫날 일부 병의원에선 백신 물량이 부족하다는 호소가 쏟아졌다.

13일 질병관리청은 만 13~18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을 재개했다. 그러나 상온 노출로 수거된 백신 48만 도즈와 백색 입자 발생으로 회수된 61만5000 도즈 등 총 107만 도즈(중복 제외)의 국가 조달 물량이 부족한 상태다. 이 가운데 74만 도즈는 충당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질병청은 여유 물량으로 생산된 34만 도즈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백신 제조·수입사가 초과 출하승인 받은 40만 도즈를 가져다 쓸 계획이다.

그래도 여전히 약 33만 도즈가 부족하다. 실제 서울 강남구의 한 무료접종 의료기관 지정 병원은 백색 입자 문제가 불거진 백신들이 회수된 후 백신을 다시 공급받지 못했다. 물량은 부족한데 무료 접종 대상자는 예년에 비해 늘어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식약처 국정감사에서도 독감 백신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백색 입자 발생에 대해 이의경 식약처장은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백신의 품질관리를 철저히 하고 질병청과 협력해서 독감백신 접종이 잘 마무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해 “우리도 예상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가 일부 의원에게 무책임하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늑장 대응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식약처와 질병청이 지난 6일 경북 영덕군 보건소로부터 백신에서 백색 입자가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고도 국민에게 알리지 않아 7~9일 6479명이 문제의 백신을 접종받았다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9일 브리핑을 열고 이 사실을 알렸다. 이에 대해 이 처장은 “백신의 유통·제조 공정 조사, 수거 검사를 완벽하게 해서 조치를 하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