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마다 금융당국 두드린 라임·옵티머스… 검찰 칼날 정조준

입력 2020-10-14 00:11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양호 전 나라은행장과 비서의 통화 녹취록 자료화면. 연합뉴스

검찰의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 로비 의혹 수사는 금융 당국의 문을 두드리는 데 동원된 직간접적 인맥들의 역할 규명에 초점이 모아질 전망이다. 이미 라임 사태와 관련해 전직 청와대 행정관이 실형을 선고받은 상황에서 검찰은 펀드 문제 해결을 위한 또 다른 로비가 존재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의 라임 수사는 라임의 배후로 꼽혀온 김봉현(46·구속 기소)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진술을 기초로 진행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앞서 검찰과 법정에서 ‘은행의 펀드 판매가 재개되도록 금융감독원에 로비를 시도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이종필 라임 부사장, 이강세 스타모빌리티 대표와 함께 김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났다고도 했다.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이 ‘도와주겠다’며 금감원에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또 이 대표가 청와대에서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난 것도 금감원 검사 무마 등의 부탁이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이미 회사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7월 청와대에 이 대표와 관련된 출입기록 등을 요청했지만 국가안전보장 등의 이유로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이 금감원 출신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을 통해 금감원 검사 자료를 빼낸 사실은 앞선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다만 또 다른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김 전 회장은 정치권에 로비를 시도한 이유에 대해 ‘라임 관련 보도가 터져 어떻게 수습하면 좋을지 몰랐다’고 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진술 등을 신속하게 검증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서도 금융 당국과의 유착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로부터 ‘2018년 4월 금감원 국장 A씨에게 2000만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A씨는 퇴직한 상태고 당시 옵티머스 업무에는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직책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옵티머스 고문으로 활동한 양호 전 나라은행장의 역할도 주목한다. 양 전 행장은 2017년 10월 금감원 직원과의 통화에서 “11월 2일 최흥식 금감원장을 만날 일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옵티머스는 재무건전성 미달, 경영권 분쟁 등 잡음에 시달리던 상황이었다. 김 대표는 금감원 직원들에게 수차례 문제 해결방안을 묻기도 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여권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내용의 ‘펀드 하자 치유’ 문건에 대해 윤석헌 금감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다만 금융 당국에서는 라임 사태의 김 전 행정관 같은 사례가 옵티머스 사태에도 있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 분위기다. 최 전 원장은 “양 전 회장을 만난 적은 있지만 한국계 미국은행 관계자들과 같이 만나서 펀드 관련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 직원과의 대화는 대부분 업무와 관련된 것들이지 유착이나 로비로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