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이 9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폭으로 늘었다. 공모주 청약, 전셋값 급등세에 따른 ‘빚투’ ‘영끌’ 열풍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 당국이 신용대출 관리에 들어가면서 기타대출 증가세는 다소 잦아드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9월 금융시장 동향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대출은 9조6000억원 늘었다. 9월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최대 폭으로 늘었다. 월별로는 8월(11조7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전세자금대출과 이주비·중도금대출 등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이 6조7000억원,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3조원 증가했다. 9월 기준 증가액으로 따지면 각각 2004년 속보 작성 이후 최고 수준이다.
‘미친’ 전셋값이 가계대출 증가세에 불을 지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난이 심해지자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전세자금대출이 3조5000억원 늘었다. 지난 8월(3조4000억원)보다 1000억원 더 증가했다. 지난 6∼7월 중 늘어난 주택 매매에 따른 대출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기타대출은 3조원 늘었는데 지난 8월(5조7000억원)보다는 증가폭이 줄었다. 카카오게임즈·빅히트 공모주 청약 등과 관련된 자금 수요로 신용대출이 일부 늘어나는 요인이 있었다. 하지만 추석 연휴에 따른 상여금 유입 등으로 증가 폭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정부 주문에 따른 금융 당국의 신용대출 관리 조치가 9월부터 진행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추석 연휴 이후 신용대출 조이기가 본격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10월 이후 기타대출이 전반적으로 축소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경우 중소기업 대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 8월 6조1000억원에서 9월 7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최대폭이다. 정책금융기관의 금융지원과 추석 관련 기업 자금 수요 등이 주된 영향으로 꼽힌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어려움이 대기업보다는 소상공인 쪽에 쏠린 데다 정부의 금융 지원 조치 등이 중소법인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