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경제 활동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확산 초기에는 경제 활동 자체를 중단했지만, 재확산이 반복되자 방역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고 있다. 외출 소비를 자제하는 대신 ‘집콕 소비’가 늘어나는 등 대체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어 이런 흐름이 경제 추락을 다소 방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코로나19는 보건 위기라 경제 활동 중단에 따른 타격이 크다. 확산이 본격화된 1분기(1~3월) 민간소비 감소폭(전분기 대비)은 6.5%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컸다. 그리고 지난 8월 2차 재확산으로 경제는 또다시 멈췄다.
그러나 사람들이 코로나 삶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있다는 징후도 포착된다. 음식점, 숙박 등 대면 서비스는 여전히 피하고 있지만 비대면 폭을 넓히며 방역 내 활동에 지갑을 조금씩 열고 있다.
지난 8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서비스업생산은 전월 대비 감소(-1.0%)했지만, 소매판매는 나홀로 3.0% 증가했다. 외출할 때 필요한 소비 품목인 의복(-7.6%) 신발·가방(-5.7%) 오락·취미·경기용품(-0.3%) 등은 줄었다. 반면 ‘집콕 소비’로 볼 수 있는 가전제품(41.2%) 통신기기·컴퓨터(16.2%) 서적·문구(12.9%) 음식료품(2.1%) 등은 크게 늘었다. 가전제품 소비 증가율은 1995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최고치’이며 통신기기 및 컴퓨터, 서적·문구도 각각 역대 2, 3번째로 증가율이 높았다.
외출과 여행을 못하는 대신 가전제품과 책을 사고, 외식을 못하는 대신 식재료를 구입해 ‘집밥’을 먹은 것이다. 구입 경로를 보면 무점포 소매판매 증가율이 14.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온라인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도 가전제품, 모바일 등의 집콕 소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안팎에서도 2차 재확산의 타격이 덜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최근 소비 동향 점검 및 향후 리스크 요인’에서 “2차 확산기 소비 감소폭은 1차에 비해 작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달 “내구재 소비가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며 서비스업 중심의 내수 부진을 일부 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만약 대체 소비가 확대된다면 경기 부진 탈피에 긍정적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한은은 “대면 서비스와 해외여행 지출 감소가 여타 재화 및 서비스로 대체되는 정도가 향후 민간소비 흐름에 영향을 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소득 감소가 관건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더 심해지면 대체 소비를 못할 정도로 소득이 줄고, 소비심리도 다시 얼어붙을 수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아직 소득이 소비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며 “대체 소비가 경제 버팀목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신재희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