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혁 대사가 주미대사인지, 미국과 거리두기 대사인지 헷갈릴 정도로 본분에 어긋난 발언을 자꾸 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한·미동맹을 강화시킬 책무는 잊은 채 잇따라 동맹 관계를 훼손하는 듯한 발언을 되풀이하니 대체 어느 나라 대사인지 묻고 싶을 정도다. 이 대사는 1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감에서 “한국은 70년 전에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국익이 돼야 선택하는 것이지 사랑하지도 않는데 70년 전 동맹을 맺었다고 그걸 지킨다는 건 미국에 대한 모욕”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6월에는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게 아니라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고 했고, 지난달 초에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식으로 발언해 논란이 됐다.
국익에 따른 선택이라는 이 대사 발언이 원론적으로는 틀린 말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미국이 아닌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들릴 수 있어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문제는 굳이 그런 말을 다른 사람도 아닌 주미대사가 공개리에 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점이다. 설사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을 염두에 둔 말이라 해도 선을 한참 넘었다. 가뜩이나 미·중 압박 속에서 균형 외교를 펼치기도 벅찬 판에 주미대사가 70년 한·미동맹의 의의를 깎아내리는 듯한 발언을 한 건 매우 부적절했다. 한·미동맹은 반세기 이상 우리 안보의 핵심 축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경제는 물론 국제안보 협력으로까지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할 가치다. 미 국무부가 이 대사 발언에 대해 “70년 역사 한·미동맹이 이룩한 모든 게 매우 자랑스럽다”고 동맹의 의미를 부각한 것도 동맹 폄하에 대한 불만 표출일 수 있다.
주미대사가 경솔한 발언으로 자주 평지풍파를 일으킨다면, 상대적으로 장하성 주중대사는 너무 조용해 보인다. 그가 지난해 4월 부임 이후 만난 중국 인사 가운데 고위직은 전(前) 부총리, 외교부 부부장, 지방 당서기 일부 정도다. 반면 올해 초 부임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박병석 국회의장, 정세균 총리, 장차관들, 주요 대기업 회장 등 100명 가까운 한국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 자국 입장을 개진했다. 2위 경제대국의 대사와 대우는 다르겠지만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장 대사 임명 당시부터 중국통이 아니라 부적절한 인사라는 지적이 많았는데, 우려가 현실이 된 게 아닌가 싶다. 장 대사가 존재감을 인정받으려면 지금보다 몇 배 더 분발해야 할 것이다.
[사설] 발언 경솔한 주미대사, 존재감 약한 주중대사
입력 2020-10-14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