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신웅 (8) 교도소 최악질 재소자에서 ‘하나님의 종’ 목사로

입력 2020-10-15 03:02
김신웅 장로(맨 왼쪽)가 2000년쯤 청송교도소에서 재소자들과 예배를 드린 뒤 교도관, 사랑의교회 교정선교부 성도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튿날 저녁에 박길후 과장을 수요 예배에서 만났다. 그를 보자마자 물었다. “그래 명한이가 뭐라 카더노.” 박 과장은 “장로님 말씀이 맞았습니다. 명한이가 은혜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 이상하게 그날부터 성경을 보고 있습디다”라고 말했다.

두 달이 지나 명한이는 출소했다. 출소하는 날 교도소 정문을 지키고 있던 교도관은 명한이의 뒤통수에 대고 이렇게 소리쳤다. “저 사람 석 달 안에 여기 다시 안 돌아오면 내 손에 장을 지질 거요.”

석 달이 지났다. 명한이 소식이 궁금했다. 출소자 한 분과 함께 새벽에 그의 집을 찾았다. 보고 싶은 마음에 새벽에 불쑥 찾아간 터라 미안하기 그지없었다.

출소한 명한이는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섭섭했던 일들을 털어놓으며 소란을 피웠다고 했다. 옛날 같으면 밥상을 뒤집고 욕도 하면서 집을 뛰쳐 나왔을 텐데 아버지와 형제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는 무릎을 꿇고 그동안의 잘못을 사죄했다고 했다.

옥중에 예수님을 만난 명한이는 가족들 앞에서 다시는 나쁜 짓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행동에 너무 놀란 아버지는 “내가 믿는 부처는 복은 주는지 모르겠지만, 사람을 변화시키는 능력은 없다. 만약 네가 변해서 새사람이 되면 내 손으로 저 불상을 다 버리고 네가 믿는 하나님을 믿겠다”고 말했다.

그 후 명한이는 시간이 날 때마다 기도원을 찾았다. 40일 금식 기도도 하면서 몸부림을 쳤다. 종종 무너지는 순간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하나님께서 다시 일으켜 세워주셨다. 상당 기간 암환자들의 마지막을 지키는 호스피스 봉사도 했다. 교도관이 석 달 안에 교도소에 다시 들어오지 않으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장담했건만 어느새 22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지난해 4월 명한이는 목사 안수를 받았다. 현직 교도관 과장들에게 이 소식을 알렸더니 하늘이 무너져도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며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새사람이 됐다. 죄인 중의 괴수 바울이 위대한 주의 종으로 변화된 것처럼 청송교도소 블랙리스트 1호 꼴통 재소자이자 악질 독종 죄수였던 명한이가 하나님의 종이 됐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명한이의 목사 안수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로 향했다. 문득 교도소에서 명한이와 처음 만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주마등처럼 생생하게 스쳐 지나갔다. 설교자의 설교가 끝난 뒤 갑자기 사회자가 내게 격려사를 시켰다. 얼떨결에 강대상 앞으로 나간 나는 명한이를 변화시킨 하나님의 섭리를 체험한 그대로 털어놨다. 꼭 필요한 주의 종이 돼 달라고 부탁한 뒤 격려사를 마쳤다.

교화 사역을 해오면서 나는 믿을 수 없는 일들을 많이 경험해왔다. 살아계신 하나님 안에서는 자주 일어난다. 하나님을 믿고 신뢰하고 순종하는 자는 누구든지 명한이처럼 믿을 수 없는 기적을 경험하는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확신한다.

정리=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