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1대 국회 첫 체포동의안 뭉개는 여당 유감스럽다

입력 2020-10-14 04:03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정정순 의원의 체포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지난 5일 국회에 제출됐다. 체포동의안은 국회 제출 이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 보고된 뒤 24시간 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가장 빠른 본회의는 오는 28일 예정돼 있고 여당이 원포인트 본회의 개회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만료일인 15일 이전 동의안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검찰은 정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소환조사도 하지 못한 채 시간에 쫓겨 불구속 기소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 들어 첫 체포동의안 표결 대상이 된 정 의원 건이 제때 처리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검찰의 체포동의안 제출이 늦었고 국정감사로 본회의 일정을 별도로 잡기 어려웠겠지만, 여당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은 책임을 면키 어렵다.

국회는 그간 개원 때마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목소리를 높여왔다. 2016년 12월에는 체포동의안이 자동 폐기되는 걸 막기 위해 72시간 내 표결되지 않은 경우 이후 최초로 열리는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토록 하는 법안도 통과시켰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도 자유한국당 홍문종·염동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고, 최경환·이우현 의원 체포동의안은 임시국회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도 이런 행태가 반복되는 것은 실망스럽다.

정 의원은 그간 8차례 검찰의 소환 통보에 불응했다. 개인 사정과 국회 일정, 검찰의 태도를 문제 삼았지만 불응 횟수가 지나치게 많아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의 주장대로 떳떳하다면 공소시효 만료 전 검찰에 출석해 조사에 응하는 게 옳다. 그렇지 않으면 거대 여당의 그늘 뒤에 숨어 국회의원으로서의 특권을 누린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도 “국민의 대표로서 혐의에 대해 투명하게 소명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며 정 의원의 자진 출석을 요청했다. 하지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으로서는 자진 출두 권유보다 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게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