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숨넘어갈 정도 짜릿… 여자배구 직관 매력에 빠져”

입력 2020-10-14 04:07
유튜버 김민정씨가 7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 앞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한 뒤 사인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씨는 여자배구 팬으로 시작해 방송 진행을 하고 선수들이 출연하는 콘텐츠까지 제작하게 된 대표적인 여자배구의 ‘성공한 덕후’다. 최현규 기자

“클럽처럼 핫한 ‘직관’ 분위기, 선수들과 허울 없이 어울릴 수 있는 팬 서비스가 여자배구의 매력이죠.”

구독자 수가 8만명에 달하는 유튜버 김민정(28)씨의 개인 채널 ‘미니쿵저러쿵’엔 매주 여자배구 관련 영상이 업로드 된다. 배구장 관중석에서 응원가에 맞춰 열정적으로 춤을 추는 김씨의 모습은 맛보기에 불과하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여자배구 선수들은 ‘옆집 언니’ 같은 김씨와 각종 게임을 즐기기도, 편안하게 누워 투닥투닥 일상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공식 석상에선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민낯의 꾸밈없는 모습으로 말이다.

7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만난 김씨는 “경기장에선 멋있기만 한 선수들이었는데, 친해지고 나니 여느 또래 친구들과 다르지 않았다”며 “선수들의 날것 그대로의 ‘찐’ 모습을 업로드해 더 많은 사람들을 여자배구에 ‘입덕’ 시키려고 콘텐츠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2018년 겨울까지만 해도, 배우를 꿈꾸며 유튜브에 진입한 김씨는 배구와 거리가 멀었다. 헬스장 런닝머신을 달리던 어느 날 작은 모니터를 통해 본 배구 중계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경기가 너무 재미있어 보여서 집 근처 장충체육관에 가봤죠. 박빙의 경기를 실제로 보니 숨넘어갈 정도로 짜릿해 바로 직관의 매력에 흠뻑 빠졌어요.”

김씨를 가장 먼저 사로잡은 건 클럽 같은 응원 분위기였다. 암전을 하면 경기장 전체가 어두컴컴해졌고, 화려한 조명 속에 댄스 타임도 펼쳐졌다. 원래도 음악이 나오는 술집을 자주 찾아 댄스 타임을 주름잡았던 김씨에겐 즐기기 완벽한 장소였다. 관중 분위기도 여타 종목들과는 달랐다. 배구장엔 팬들의 야유나 욕설이 없었고, 팀과 선수들을 향한 응원만 이어졌다. 김씨는 “핫한 분위기 속에서도 건전한 관람 문화가 존재하는 게 제가 생각하는 스포츠와 딱 맞았다”고 설명했다.

선수 개개인의 개성과 매력 포인트를 접할 기회가 많단 것도 김씨가 생각하는 여자배구만의 매력이다. 여자배구는 경기 전후 팬들이 선수들과 자유롭게 만나 사진 찍고 대화를 나눌 기회가 유독 많다. 연맹과 구단의 유튜브 채널엔 다양한 선수들이 주인공이 된 훈련·일상 영상이 꾸준히 올라와 팬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준다. 김씨는 “저도 GS칼텍스 구단 유튜브를 정주행하며 ‘입덕’했고, 최근엔 모든 팀들이 유튜브에 신경 쓰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랠리나 통쾌한 세리머니, 선수들의 ‘걸크러시’까지. 그밖에도 여자배구의 매력은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다.

매 경기 ‘직관’을 하며 넘치는 흥으로 춤을 추다 보니 김씨는 어느덧 여자배구의 ‘성덕(성공한 덕후)’이 됐다. 그의 댄스 영상이 중계를 타자 SBS스포츠 ‘주간배구’에서 연락이 와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시즌 종료까지 ‘이선규가 간다’ 코너의 보조 MC로 브라운관을 탈 기회를 잡았다. “코트에 당당히 들어가 선수 인터뷰까지 했어요. 가문의 영광, 덕업일치의 순간이었죠.”

선수들과도 두터운 친분을 쌓았다. 장충체육관 근처 김씨의 자취방은 여러 구단 선수들에게 ‘김민박집’으로 불린다. 붙임성 있고 철없이 노는 걸 좋아하는 김씨의 매력에 빠진 선수들이 김씨의 집을 게스트하우스처럼 드나든다. 김씨 채널엔 김씨 퇴근 시간에 맞춰 김씨 집에 몰래 들어와 서프라이즈 영상을 찍은 ‘이소영과 아이들(이소영·유서연·문지윤)’의 유쾌한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김씨는 “한국도로공사에 있던 유서연과 IBK기업은행에 있던 문지윤이 이번에 GS칼텍스로 오게 돼 ‘다 내가 모았다’고 농담을 주고받기도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거리두기 지침이 하향되면서, 다가오는 주말 개막하는 V-리그 경기장엔 다시 관중이 들어찰 수 있게 됐다. 김씨는 다시금 현장에서 온 몸을 불사르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더 큰 꿈도 꾼다.

“언젠가 프로배구 홍보대사가 되고 싶어요!”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