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월성 1호기 폐쇄’ 초유의 세 번째 심의마저 결론 못내

입력 2020-10-13 04:02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장이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 나와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 감사 결과를 확정하기 위한 감사원 내부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감사원은 12일 이례적으로 월성 1호기 감사 결과에 대한 세 번째 감사위원회 회의를 열었지만 이전 두 차례 회의와 마찬가지로 의결하지 못하고 정회했다. 지난해 9월 국회가 감사 청구를 한 지 1년이 지나고 보완감사까지 이뤄졌지만 이런 감사 결과를 확정하기 위한 내부 회의가 계속되는 것이다.

감사원은 “감사 규모가 크고 내용도 방대해 길어지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렇듯 유례없이 길어지는 감사, 보완감사, 감사위 회의를 놓고 야당에선 여권이 바라지 않는 감사 결과에 대한 내부 반발 탓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재형 감사원장과 친여 성향 감사위원들이 서로 대립하는 통에 결정이 늦어지는 것이란 시각도 있다.

감사원은 이날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한 감사 결과를 의결하기 위해 오전 10시부터 회의를 진행했지만 의결을 못 한 채 13일 회의를 재개하기로 했다. 감사 결과는 통상적으로 한 차례 회의로 의결된다. 그러나 월성 1호기 건은 지난 7일과 8일에 이어 12일까지 이례적으로 세 차례 심의가 이뤄졌다.

월성 1호기에 대한 감사 청구는 1년이 지났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세 차례 회의가 열렸지만 이 때도 감사원은 의결을 보류했다.

현재 감사원 감사위원회 인적 구성은 최 원장과 감사위원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청와대가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공석인 자리에 선임하려 제청을 요구했으나 최 원장은 그의 친정부 성향을 이유로 거부했다. 야권에선 이미 감사위원들이 친여 성향이고, 이들로 인해 월성 1호기 감사 결과가 위원회 의결 단계에서 번번이 막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김진국 감사위원은 민변 출신으로 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 법무비서관을 지냈고 2017년 대선 문재인 캠프에서 법률지원 업무를 맡았다. 강민아 위원은 문재인정부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임찬우 위원은 총리실 출신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감사위원뿐 아니라 최 원장도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됐다”며 “일부 위원을 친여 성향이라고 단정하면서 마치 감사 결과 심의에 영향이 있는 것처럼 보는 것은 국민 신뢰를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감사원이 어떤 결론을 내놓든 후폭풍은 불가피하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가 타당했다는 결론이 나오면 야권이 감사원의 독립성을 문제 삼을 것이고, 조기 폐쇄가 부당했다고 나오면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 자체가 흔들리는 것이다. 감사 결과는 위원회 의결 즉시 확정되며 당일 또는 수일 내 국회에 제출된다.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는 15일 예정돼 있다. 그동안 최 원장이 여권에 대한 비판적 발언을 했던 것이 알려지고, 여당 의원들 역시 공개적으로 최 원장을 비판했던 것을 감안하면 어떤 결론이 내려지더라도 감사원은 한동안 논란의 핵심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감사를 놓고 진술 강요, 과잉 조사 등의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며 “무소불위의 감사권을 행사하는 감사원은 흔들림 없는 공정성과 중립성으로 감사에 임해 달라”고 촉구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