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수사팀 대폭 증원하라”… 윤석열, 정관계 연루·로비 정조준

입력 2020-10-13 04:04

윤석열(사진)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옵티머스 사태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수사팀 대폭 증원’을 지시했다. 애초 펀드 사기에 맞춰져 있던 수사 초점을 정관계 연루 및 로비 의혹으로 옮겨 사태의 전모를 밝히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김재현(50·수감 중) 옵티머스 대표는 지난 4월 금융감독원의 검사가 시작되자 “청와대도 엮일 수 있다”고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이 일선을 향해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하고 참모들에게 “보고를 잘 받으라”고 당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윤 총장은 검찰 내부 보고보다 법정 증언이나 언론 보도로 먼저 상세한 내용을 접할 때 이런 지시를 내려왔는데, 대개는 정부·여권 인사들 연루 의혹과 관련되는 내용이었다. 이에 검찰 수사 의지를 둘러싼 의구심도 제기됐었다.

대검찰청은 12일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 옵티머스 수사팀의 인력을 대폭 증원하라고 추가로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지난주 서울중앙지검이 요청했던 검사 4명 증원을 이미 승인한 상태였다. 이날 수사팀으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신속한 결론을 위해 더 많은 수사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후 서울중앙지검도 “수사팀 추가 증원을 적극 건의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윤 총장은 “금융 사기와 로비 의혹 모두를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난 7일 지시했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지난 7월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로부터 정부·여권 연루 관련 진술을 확보했지만 이후 별다른 진척이 없다는 관측이 나오던 때였다. 윤 총장은 김 대표가 지난 5월쯤 작성했고 여러 고위 인사들의 이름이 등장하는 ‘펀드 하자 치유 관련’이라는 옵티머스 내부 문건의 내용을 최근에야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금감원 조사에 대비한 허위 문건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철저히 수사하라’는 지시는 지난 8일 서울남부지검의 라임 사태 수사와 관련해서도 이뤄졌다. 라임 사태의 핵심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법정에서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줄 5000만원을 이강세 전 대표에게 건넸다”고 증언한 데 따른 지시였다. 윤 총장은 검찰 조사 때에도 그런 진술이 있었는지 확인해 향후 수사·공판에 만전을 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애초 김 전 회장 진술과 관련한 보고에 강 전 수석의 이름은 있었지만 ‘5000만원’ 등 세부적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의혹 사건을 놓고도 ‘바르게 수사되도록 보고를 잘 받으라’는 지시가 있었다. 군 관계자의 보좌관 통화 진술이 조서에서 빠지고 압수수색 사실이 보고되지 않는 등 여러 잡음이 이는 데 따른 당부였다. 총장의 ‘당연한 지시’가 거듭되는 일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게 검찰 안팎의 평가다. 검찰이 미묘하게 갈라졌다는 말도 나온다. 최고참 검사로 일하다 최근 정년퇴임한 정명호 서울고검 검사는 “총장이 사면초가”라고 안타까워했다.

여전히 수사가 진행 중임을 고려하면 섣불리 ‘봐주기’를 말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은 윤석호(43·수감 중) 옵티머스 사내이사의 아내이자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재직했던 이모 변호사에 대해 “계속 들여다 보고 있다”고 했다. 검찰은 이 변호사가 50%를 소유한 ‘셉틸리언’이라는 법인으로 옵티머스 자금이 흘러간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 변호사 명의의 옵티머스 지분 9.8%가 그의 청와대 재직 시절 김 대표 비서의 명의로 바뀐 사실에 대해서는 조사를 어느 정도 마쳤다. 이 변호사가 실질적으로 지분을 보유했다거나 범행에 관여했다는 명백한 입증은 없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는 진행되고 있다”며 “엄정한 처벌, 범죄수익환수 조치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이경원 나성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