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매물 폭탄에 탈진한 카카오게임즈

입력 2020-10-13 04:05

하반기 공모주 시장 대어인 카카오게임즈의 주가가 12일 기관이 쏟아낸 매물 폭탄에 4만원대로 급락했다. 개미(개인투자자)는 이날도 이들 물량을 거의 모두 받아먹었다. 인기 공모주의 과도한 가격 상승 이후 급락에 따른 손실을 개인이 고스란히 떠안는 상황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 카카오게임즈는 전 거래일보다 7.36% 내린 4만910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달 10일 상장 이후 최저가다. 주가가 4만원대로 내려앉기도 처음이다. 장 초반에는 14.53% 내린 4만5300원까지 급락, 상장 당일 공모가의 2배로 시작한 시초가(4만8000원)에도 못 미쳤다.

카카오게임즈 주가 급락은 기관투자가에 배정됐던 435만9000주에 대한 의무보유기간이 이날 해제되면서 매물이 쏟아진 탓이다. 이들 주식은 기관 공모물량 1127만주의 40% 정도를 차지한다.

이날 기관은 지난달 10일 상장 이후 최대 물량인 256만9066주를 순매도했다. 이날 개인은 249만5119주를, 외국인은 11만2497주를 순매수했다. 기관 매도물량 대부분을 개인이 사들인 셈이다.

누적 순매도·순매수를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기관과 외국인은 상장 후 이날까지 각각 424만5921주, 150만1184주를 팔아치웠고 개인은 723만1870주를 사들였다.

이런 현상은 인기 공모주가 등장할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지난 7월 2일 상장 이후 이날까지 외국인이 427만8147주를 파는 동안 개인이 대부분인 422만7611주를 사들였다. 기관은 6만9036주 순매수에 그쳤다.

이날 SK바이오팜 주가는 15만원으로 상장 후 5거래일째인 7월 8일 21만7000원보다 약 31% 하락했다.

인기 공모주 가격이 급락을 면치 못하는 첫 번째 이유는 상장 초기 지나친 주가 급등이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카카오게임즈의 적정 주가는 3만2000원~4만2000원이다. SK바이오팜 적정 주가는 10만~11만원 정도로 평가된다.

지금 같은 열기가 계속된다면 오는 15일 상장하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주가도 같은 과정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모주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개인의 청약 문턱을 낮춰 투자자를 분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행 공모주 청약제도는 많은 물량을 받아갈 수 있는 기관투자가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반인에게 배정되는 공모물량 비율을 높이고 개인투자자에게 지우는 증거금비율(현행 50%)을 낮추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