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덮친 서울 전세난… 하남 30평대 7억원까지 올라

입력 2020-10-13 04:06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직장이 있는 예비신랑 박모(30)씨는 신혼집을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박씨는 “서울 외곽과 경기도에서 출퇴근하는 것도 감내키로 했지만 너무 오른 전셋값이 변수가 될지는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예산에 맞춰 경기도 고양시까지 찾아봤지만 창릉지구 3기 신도시 개발을 앞두고 매물이 자취를 감춰 적당한 물건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서울 전세난이 극심해지면서 여파가 경기도까지 미치고 있다. 특히 서울 주요 사무지역과 가까운 경기도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고양 창릉 등 3기 신도시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서울의 비싼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경기도로 몰려든 전세 수요에다 3기 신도시 청약을 노리고 이 지역에 전세살이를 시작하려는 수요가 겹친 탓이다. 특히 최근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일정이 공개된 후 이들 지역 매물은 급격히 사라지는 추세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결혼 2년차 직장인 윤모(32)씨는 내년 4월 전세 아파트 계약이 만료된다. 윤씨도 고양시에 전셋집을 알아볼 생각이다. 직장은 서울 관악구에 있지만 전세보증금(5억3000만원) 내에서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하기 위해서다. 윤씨가 현재 사는 집은 8억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그마저도 매물이 적다. 윤씨는 “2년 전 전셋집 구할 때 한 아파트 단지 매물보다 지금 종로구 전체 매물이 더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3기 신도시 가운데서도 강남 접근성이 좋아 특히 인기가 높은 하남 교산 일대에는 원룸과 오피스텔, 월세 매물에까지 전세 수요가 몰렸다. 이 지역 3기 신도시 청약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면 올 연말까지는 계약을 완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오피스텔 전셋값은 두 달 사이 2000만~3000만원 올랐고 전세가 없으니 월세라도 2년 살겠다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하남 전셋값은 이미 서울 외곽의 은평구와 중랑구, 강북구, 노원구, 금천구, 도봉구 등의 전셋값을 넘어선 상태다. 이 공인중개사는 “한 아파트 단지에 매물이 3, 4개 나와 있을 정도로 적은 데다 30평대(전용면적 84㎡) 아파트 전셋값이 7억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이택현 김지애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