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륜제세재석존창생(有經綸濟世才席尊蒼生·세상을 구할 재주로 백성들을 높이 여겨라)’ ‘이경개발속자개시황금(以耿介拔俗姿芥視黃金·바르고 강직함으로 황금을 하찮은 풀로 보라)’.
전라감영 선화당 ‘주련문(柱聯文)’이 발견됐다. 주련은 좋은 시구나 문장을 종이나 판자에 새겨 기둥에 걸어 두는 것을 말한다. 건물의 격을 높이는 장식물로 경계와 교훈, 건물 자체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
전주역사박물관은 지난 7일 복원 준공식을 마친 전라감영 선화당에 쓰였던 주련문을 찾았다고 12일 밝혔다.
박물관은 조선말의 전주를 기록한 필사본 책 속에 ‘선화당 주련’이란 제목으로 많은 주련 문구들이 세 쪽에 걸쳐 수록되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필사본은 ‘풍패집록’으로 19세기 말 전주에 살던 채경묵이 쓴 것으로 알려졌다.
주련문 중에는 전라감사의 자세와 조선왕조의 발상지인 전주의 위상을 담은 문구도 있었다.
‘산근풍패진시용봉지세(山近豊沛盡是龍鳳之勢) 문열계극시유안아지행(門列棨戟時有雁鵝之行)’이란 문구는 산의 형세가 용과 봉황의 형세를 하고 있으며, 집들이 창처럼 줄지어 있어서 기러기와 거위 행렬 같다는 내용이다.
박물관은 주련을 짓고 쓴 인물을 전라감사 이돈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돈상은 고종 13년(1876년)에 부임해 2년여를 재임했다. 전주판관도 지냈다. 훗날 이조참판과 대사헌 대사간 공조판서 한성판윤 등을 지냈다. 문필이 뛰어났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화당은 전라감사의 집무처다. 1884년 미국 임시 대리공사인 조지 클레이튼 포크가 찍은 선화당 사진을 보면 건물 기둥 안팎으로 주련이 걸려 있다.
이동희 박물관장은 “앞으로 복원을 해 나가려면 고증을 통한 원형확보가 중요한데 주련문을 찾음으로써 선화당이 옛 모습을 온전하게 갖추게 되고 격이 더 높아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한편 전라감영은 조선시대 호남과 제주지역을 관할했던 최대 관청으로 1951년 불에 타 사라졌다가 복원돼 지난 7일 준공식과 함께 일반에 공개됐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