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신’ 인증!… 나달, 프랑스오픈 13번째 우승

입력 2020-10-13 04:03
‘흙신’ 라파엘 나달이 12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끝난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노박 조코비치를 3대 0(6-0 6-2 7-5)으로 완벽히 제압한 직후 클레이 코트에 주저앉으며 포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역시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은 클레이코트의 ‘신’이었다.

나달이 노박 조코비치(1위·세르비아)를 누르고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3800만 유로) 통산 100번째 승리와 1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메이저대회 남자 단식 통산 20승을 기록한 나달은 이 부문 최다 기록을 갖고 있는 로저 페더러(4위·스위스)와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나달은 12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끝난 대회 마지막날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2시간42분의 접전 끝에 조코비치를 3대 0(6-0 6-2 7-5)으로 완벽히 제압했다. 이번 대회 7경기 모두 ‘무실세트’로 잡아냈다.

이날 승리로 나달은 이 대회 13회 우승과 4연패를 달성했고, 통산 20번째 메이저 대회 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프랑스오픈에서만 통산 100승(2패) 째를 채우는 범접할 수 없는 기록도 세웠다.

프랑스오픈에서 나달이 기록한 2패 중 1패를 안긴(2015년 8강) 주인공인 조코비치는 올 시즌 열린 38번의 경기 중 실격패 1번을 제외하곤 모두 승리하는 등 물 오른 컨디션을 보였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18번째 메이저 우승을 차지해 페더러-나달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었지만 나달을 넘지 못했다.

이날 경기에서 나달은 2세트까지 ‘흙신’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2세트까지 언포스드 에러(자기 자신으로 인한 실수)를 단 6개 밖에 기록하지 않았을 정도. 여기에 빠른 발과 넘치는 체력으로 코트 구석구석을 누비며 조코비치가 파고들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반면 조코비치는 2세트까지 언포스드 에러 30개를 남발했다.

3세트에서 공방전을 이어가던 나달과 조코비치는 5-5에서 조코비치의 서브게임 때 승부가 갈렸다. 나달이 40-30으로 앞선 상황에서 조코비치가 더블폴트를 기록하며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나달에게 향했다. 나달은 이어진 자신의 서브게임까지 ‘러브게임’으로 지켜내면서 결국 프랑스오픈 통산 13번째 우승을 단 한 세트도 허용하지 않은 채 달성했다. 마지막 포인트를 올린 나달은 클레이 코트의 주인은 자신이라고 주장하듯 바로 코트 위에 주저앉으며 관중석을 향해 크게 포효했다.

경기 후 나달은 “롤랑가로스는 내 선수 시절 경력의 중요한 한 때를 보낸 곳”이라며 “내가 이 코트, 이 도시와 만든 러브스토리는 그야말로 믿기 어려운 일이다”고 기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패배한 조코비치는 “오늘 나달은 왜 자신이 클레이코트의 황제인지 보여줬다”며 “나달이 이룬 업적에 경의를 표한다”고 나달의 플레이에 박수를 보냈다.

무릎 부상으로 프랑스오픈에 참가하지 못한 페더러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과 메이저 최다 우승 동률 기록을 작성한 나달에 덕담을 건넸다. 그는 “나달은 오랜 기간 나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고, 우리는 서로의 존재로 인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었다”며 “나달은 메이저 20승의 자격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