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연속 우승샷… 2박도 못한 ‘빨간 마법’

입력 2020-10-13 04:02
김세영이 12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 스퀘어 애러니밍크골프클럽에서 2020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을 정복한 뒤 우승 트로피에 몸을 기댄 채 웃고 있다. 김세영은 이날 최종 4라운드에서 자신의 상징과 같은 빨간 바지를 입고 ‘노보기 버디쇼’를 펼쳐 생애 첫 메이저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AFP연합뉴스

김세영(27)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 6년차에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를 정복하고 통산 11승을 달성했다. 2015년 LPGA 투어로 입문한 뒤 매년 1승 이상을 수확한 꾸준함으로 꿈에 그렸던 메이저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6년 연속 우승 행진은 한국 여자골프의 전설 박세리(43·은퇴)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인비(32)도 이루지 못한 진기록이다. 김세영은 그 역사적인 순간에 자신의 상징과 같은 빨간 바지를 입고 ‘마법’을 발휘했다.

김세영은 12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 스퀘어 애러니밍크골프클럽(파70·6577야드)에서 2020시즌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쓸어 담고 7언더파 63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14언더파 266타로 리더보드 가장 높은 곳을 지켜 우승 상금 64만5000달러(약 7억4000만원)를 수확했다.

지난해 11월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 이후 11개월 만에 달성한 투어 통산 11승. 무엇보다 의미 있는 타이틀은 생애 처음으로 이룬 메이저 대회 우승이다. 김세영의 우승 행진은 6년째 이어지고 있다. 투어 데뷔 시즌인 2015년에 3승을 쌓고 신인왕을 차지한 뒤 2016년 2승, 2017~2018년 1승씩, 지난해 3승을 추가하고 올해 첫 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신고했다. LPGA 투어에서 6년 연속 우승은 1998년부터 19년간 통산 25승을 달성한 박세리와 현역 유일의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자인 박인비도 이루지 못한 진기록이다. 김세영은 꾸준한 경기력으로 전 시즌 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김세영은 이날 빨간 바지를 입고 1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 올랐다. 그동안 최종 라운드에서 빨간 바지를 입고 리더보드 가장 높은 곳을 수성하거나 선두를 추월해 역전 우승을 일군 적이 많았다. 바지의 색상만큼 인상적인 뒷심을 발휘해 ‘빨간 바지의 마법사’로 불려 왔다. 이날 ‘노보기 버디쇼’를 펼치며 또 한 번의 마법을 발휘했다.

김세영의 마지막 추격자는 바로 앞 조에서 경기한 박인비. 그의 홀 아웃과 겹친 것만으로도 김세영에게는 작지 않은 위협이 됐다. 박인비는 보기 없이 버디를 사냥하며 김세영을 맹렬하게 추격했다. 12번 홀(파4)에서는 4m짜리 버디 퍼트를 잡고 선두 김세영과 간격을 2타로 좁혔다.

하지만 김세영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13번(파4)·14번(파3) 홀 연속 버디로 박인비와 간격을 벌린 뒤 16번(파5)·17번(파3) 홀에서 다시 연달아 버디를 잡고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티샷을 홀컵 4m 앞에 떨어뜨린 뒤 버디 퍼트에 성공한 17번 홀에서 사실상 우승을 확정했다.

김세영은 경기를 마친 뒤 “1998년 박세리의 US여자오픈 우승을 보고 나도 메이저 대회를 정복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며 “침착하게 경기했다. 흔들리지 않았던 것이 (우승의) 원동력”이라고 자평했다.

박인비는 최종 합계 9언더파 271타로 준우승했다. 박인비도 무결점 경기를 펼쳤지만, 김세영의 기세가 강했다. 박인비는 김세영의 경기력을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는 의미로 “언터처블(untouchable)”이라고 평가하면서 “메이저 챔피언 자격이 있다”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