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하향 조정이 발표된 11일 서울 주요 도심 공원에는 방역 당국의 발표가 나기도 전에 이미 가을을 만끽하러 나온 시민들로 붐볐다. 시민 대부분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방역 수칙을 지키려는 모습이었지만 한꺼번에 몰린 인파 탓에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곳이 많았다. 마스크도 없이 외출에 나서 감염 우려를 키우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서울 광진구 뚝섬 한강공원에는 오전 9시부터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로 붐볐다. 빨간 트랙 위에서 마스크를 벗은 채 조깅을 하던 대학생 김모(21)씨는 “날씨가 풀리면서 한강변을 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며 “운동하는 사람들은 숨이 차서 마스크를 썼다 벗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감염 우려에 대해 묻자 김씨는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어차피 감염은 ‘복불복’이라는 인식이 시민들 사이에 퍼진 지 오래”라고 설명했다.
오전 11시30분쯤 서울 성동구 서울숲 앞 대로변에는 주차장에 진입하려는 차량들이 100m가량 줄지어 있었다. 주차요원은 주차장에서 차 한 대가 빠지면 기다리던 차량 한 대를 입장시키는 식으로 교통정리를 하느라 진땀을 뺐다. 서울숲 중앙에 펼쳐진 잔디밭에는 삼삼오오 돗자리를 깔고 마스크를 벗은 채 점심을 먹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5살 딸이 나가자며 보채 집을 나섰다는 40대 남성 A씨는 “계속 집에만 있었더니 아이가 힘들어해서 코로나 확산세가 잦아든 지금 최대한 나오려 노력하는 중”이라고 했다. A씨 딸이 마스크를 벗고 싶다며 울먹이는 바람에 중간중간 인터뷰가 끊기기도 했다. A씨는 “외출은 해야겠고, 방역도 철저히 지켜야 하니 아이 키우는 아버지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라고 토로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잔디광장도 나들이객으로 붐비기는 마찬가지였다. 텐트족들은 나무 그늘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붙어있었다. 주로 어르신과 아이들이 마스크 없이 공원을 거니는 모습이 포착됐다. 공원 한편에서 진입금지 테이프를 무시하고 운동시설을 이용 중이던 한 남성은 인터뷰를 요청하자 손사래를 쳤다.
오후 들어 날씨가 다소 흐려졌지만 서울 남산에 핀 코스모스를 구경 온 시민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국립극장에서 남산타워로 향하는 2번 셔틀버스는 6분마다 운행됐지만 매번 만석이었다. 정상에 도착하자 널찍한 전망대 유리벽에 바싹 기댄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관광객이 너무 많아 뒤편에선 도심 풍경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도시락이나 아이스크림을 먹는 시민들로 가득 찬 정자에서는 거리두기가 불가능했다.
마스크를 벗고 앉은 등산복 차림의 50대 남성에게 다가가 “왜 마스크를 끼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대뜸 화부터 냈다. 명동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정부의 과도한 방역 조치로 소상공인들이 다 망하게 될 판이라는 것이다. 이 남성은 “이미 10명 중 3명은 코로나 감염자”라며 “마스크도 다 소용없다”고 볼멘소리를 하며 자리를 떴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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