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근 덕분에 많이 울고 웃었습니다”
‘한국 프로농구의 전설’ 양동근(39·울산 현대모비스)의 은퇴식이 11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DB와의 2020-2021 정규시즌 첫 홈경기장 개막전 직후 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지난 시즌이 조기종료 되는 바람에 미뤄졌던 양동근의 은퇴식에서 현대모비스는 그의 등 번호 6번을 영구히 결번했다.
양동근은 “유니폼을 입고 체육관에서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며 “죽일 놈의 코로나 때문에 (팬들) 여러분과 현장에서 못 있어서 아쉽다. 여러분이 다시 체육관을 가득 메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4년 프로로 데뷔한 양동근은 현대모비스에서 17년간 14시즌(상무 복무 기간 제외)을 뛰며 팀 역사상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했다. 특히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과 함께 665경기를 출전하면서, 7875득점, 3344도움, 챔피언 결정전 6회 우승, 정규리그 5회 우승,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4회 등 진기록들을 세웠다.
유재학 감독은 양동근에 대해 “14년이란 긴 시간 동안 최고로 뛰기 위해선 농구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동근이는 언제나 상대방을 배려하는 등 인격적으로도 훌륭한 선수다”고 칭찬했다. 원주 DB의 이상범 감독도 “그동안 수많이 좋은 선수들이 많았지만, 양동근처럼 6차례나 팀을 챔프전 우승을 시킨 선수는 없었다. 그가 가장 훌륭한 선수라는 증거”라며 박수를 보냈다.
양동근은 오는 20일 농구 지도자 연수를 받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그는 “주셨던 사랑 잊지 않고 다시 코트로 돌아오겠다”며 “반드시 돌아올 수 있도록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 말했다.
양동근은 현역 시절 코트를 뛸 때 농구화 왼발과 오른발에 각각 딸과 아들의 이름을 새길 정도로 가족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은퇴식에 참석한 가족들에게 편지와 꽃다발을 받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현대모비스 선수들은 이날 양동근의 은퇴를 기리기 위해서 유니폼에 양동근의 이름을 새기고 경기를 뛰었다. 그리고 양동근은 경기 3쿼터에 깜짝 해설위원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이날 원주 DB에게 77대 82로 패하며 2연패를 기록, 올 시즌 양동근의 부재를 다시 한번 실감하고 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